[OSEN=이상학 객원기자] 제8구단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의 창단 작업이 산 넘어 산이다. 어딜 가나 돈이 가장 큰 문제로 작용되고 있다. 특히 선수단 연봉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저액연봉자보다 고액연봉자까지 ‘마구마구’ 후려친 결과다. 그 중에서도 가장 화제에 오른 선수들은 역시 고액연봉을 받는 노장선수들이다. 2000안타까지 99개를 남겨두고 있는 전준호(39)와 역대 최고령 포수 김동수(40)는 각각 80%·72%씩 삭감된 연봉을 제시받았다. 프로야구 사상 최고 삭감률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나이만 먹고 엔트리만 차지하는 선수도 아니다. 오히려 최소한 동결대상자들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어쩔 수 없는 프로야구와 센테니얼의 현실이다. ▲ 연봉이 곧 자존심? 프로선수들에게 연봉은 곧 자존심이다. 그러나 연봉 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자존심이 아니라 실적이다. 프로야구 8개 구단들은 세세한 성적을 바탕으로 고과를 산정하고 있다. 고과는 프로선수 연봉을 정하는 절대적인 판단 기준이 된다. 여기에 그동안 팀에서 공헌한 점과 향후 기대치가 반영된다. 자존심이란, 바로 과거의 성적과 미래의 기대치가 반영된 부분이다. 그동안 프로야구에서는 자존심이 크게 좌우됐다. 선수들은 연봉협상 때마다 자존심을 내걸었고 구단들은 몇 년차 최고연봉으로 앞다퉈 대우했다. 여기에다 예비 FA에 대한 선수치기까지. 연봉 거품이 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을 끝으로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2007년 연봉 5억 원을 받았던 이종범은 무려 60%가 삭감된 2억 원에 2008년 KIA와 연봉 계약을 체결했다. 프로야구 사상 최고 삭감률이었다. 2억 원 이상 고액연봉을 받는 선수들에 한해서는 최대 삭감폭 40%라는 연봉감액 제한 규정이 있었지만, 이종범과 KIA는 합의 하에 계약했다. 결국 연봉감액 제한은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가 없애버렸다. 비단 이종범뿐만이 아니다. 한화 8년차 김태균은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팀 내 고과 1위임에도 불구하고 연봉이 삭감됐다. 실적도 중요하지만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칼바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이같은 변화의 바람은 제8구단 센테니얼에도 그대로 미쳤다. 현대를 이끈 노장선수들의 공로는 ‘신생팀’ 센테니얼에서는 인정받을 수 없다. 센테니얼은 현대의 그림자를 지우는 것이 우선과제인 팀이다. 현실적으로는 노장선수들의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연봉이 10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지만 역설적이게도 현대 고액연봉자들이 많은 돈을 받은 것도 사실이었다. 지난해 현대는 매각을 앞둔 팀이었지만 변함없이 미국 플로리다로 해외 전지훈련을 갔고, 팀 총연봉은 삼성·한화에 이어 전체 3위였다. 현대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선수단을 100% 인수한 센테니얼이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삭감폭이 상식밖을 넘어섰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 피할 수 없는 바람 ‘예비 FA’ 정성훈은 지난 26일 센테니얼과 3억2000만 원에 2008년 연봉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2억2000만 원보다 1억 원이나 오른 액수다. 예비 FA 선수에게 고액의 연봉을 안겨주는 것은 이적 방지 또는 보상제도 이익을 누리기 위한 일종의 선수치기다. 돈이 되는 장사를 하는 것이 목표인 센테니얼은 고액연봉도 돈이 되는 선수에게만 안긴다는 생각이다. 센테니얼에게 노장선수들은 돈이 되지 않는다. 노장선수들은 하루하루가 다르다. 김동수·전준호·정민태·송지만 등 현대를 이끌었던 노장선수들에게 센테니얼은 큰 가치를 느끼지 못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비단 센테니얼뿐만 아니라 대다수 노장선수들이 마찬가지다. 이승엽은 센테니얼의 연봉 재계약 문제에 대해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연봉은 한 해 잘했다고 인상하고, 못했다고 깎아서 안 된다”고 말했다. 이승엽의 말대로 한 해 잘했다고 연봉이 인상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비일비재한 곳이 프로야구다. 좀처럼 질서가 잡혀있지 않다. 오히려 노장선수들에게 점점 더 불리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척결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하락세를 보이거나 이미 퇴조한 선수에게 많은 연봉을 안겨줄 수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선수단은 100% 고용승계를 이유로 고통 분담을 약속했다. 다만 연봉 삭감의 형평성이 어긋나고, 스타 마케팅에 배치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현대 노장선수들은 그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한 선수들이다. 70~80% 삭감안을 제시받은 김동수와 전준호는 실적으로도 이를 증명해낸 선수들이다. 그러나 때와 장소가 너무도 좋지 않다는 게 걸림돌이다. 상식밖을 벗어난 연봉은 선수 당사자에게는 박탈감을 안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프로야구는 너무 많은 연봉 거품이 끼어있으며 한 번쯤 곪은 상처가 터져야 했다.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다. 프로야구의 연봉 거품 제거는 피할 수 없는 바람이다. 센테니얼이 총대를 매고 개혁을 시도하는 것은 오히려 환영받아야 할 일이지만 세련되지 못한 협상 기술은 아쉬움을 안겨주고 있다. 박노준 단장에게 주어진 역할이 바로 잡음 없는 세련된 협상이다. 피할 수 없는 바람이라면 이왕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협상기술이 필요하다. 더 이상 곪고 또 곪아서는 안 된다. 연봉거품은 이제 확실히 도려내야 할 사안이다. 전준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