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프로야구 최고 투수는 누구?
OSEN 기자
발행 2008.02.27 16: 17

[OSEN=이상학 객원기자] 프로야구는 추억과 논쟁을 먹고 산다. 팬들에게 최고의 논쟁거리는 1980~90년대 최고투수다. 시대별 최고투수는 한 시대를 풍미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그리고 이제 서서히 2000년대 최고투수에 대한 논쟁도 시작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2000년대는 올해 포함 이제 2년밖에 남지 않았다. 벌써 8년이 지났다. 지난 8년간 2000년대 프로야구를 지배한 최고투수들을 집중조명한다. ▲ 다니엘 리오스(1972년생, KIA-두산) - 6시즌 215경기 1242이닝 90승 59패 13세이브(21완투) 방어율 3.01 WHIP 1.19 피안타율 0.247 - MVP(2007), 골든글러브(2007), 다승왕 2회(2004·07), 탈삼진 1위(2005), 방어율 1위(2007) 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외국인선수로 기억될 리오스는 2000년대 이후 가장 많은 승수를 올렸다. 6시즌 동안 90승을 쌓아올렸다. 역대 외국인선수 최다승이다. 2002년 KIA에서 마무리투수로 데뷔한 리오스는 그 해 후반기부터 선발투수로 변신하며 성공 가도를 달렸다. 2005년 KIA에서 두산으로 트레이드됐지만 투수 친화적인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두산 이적 후 2년 반 동안 43승에 방어율 2.30을 기록했다. 투구내용도 내용이지만 양적인 면에서도 리오스는 엄청난 투수였다. 4년 연속 200이닝을 돌파했고, 최근 2년은 장명부(1983~84)에 이어 사상 두 번째 2년 연속으로 233이닝을 던졌다. 2000년대 이후 가장 많은 투구이닝을 소화한 투수도 리오스였다. 2007년에는 MVP·골든글러브·다승왕 등을 휩쓸었다. 포스트시즌에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지난해 한국시리즈 1차전 최소투구수 완봉승 포함 포스트시즌 3경기에서 2승1패 방어율 1.23으로 만회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월로스로 떠났다. 한국에 계속 남았더라면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으로 남는다. ▲ 손민한(1975년생, 롯데) - 8시즌 223경기 1232이닝 84승 60패 10세이브(10완투) 방어율 3.37 WHIP 1.23 피안타율 0.255 - MVP(2005), 골든글러브(2005), 다승왕 2회(2001·05), 방어율 1위(2005), 승률 1위(2001) 국내선수 중 2000년대 가장 돋보인 투수는 역시 ‘전국구 에이스’ 손민한이다. 1999년까지 어깨 부상으로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손민한은 2000년부터 풀타임을 소화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8시즌 동안 84승을 올렸는데 이는 2000년대 토종투수 최다승이다. 통산 85승 가운데 84승을 2000년대에 따냈다. 2000년대 투구이닝도 1232이닝으로 리오스 다음이자 토종투수 1위에 올라있다. 특히 2005년에는 데뷔 최다 18승을 올리며 생애 두 번째 다승왕과 함께 리그 MVP 및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8시즌 중 5시즌이나 두 자릿수 승리를 올렸고, 2점대 방어율도 3시즌이나 마크했다. 괜히 전국구 에이스가 아니었다. 다만, 포스트시즌 활약이 없었다는 것이 아쉬움이다. 2000년 준플레이오프 1경기에서 3이닝 2실점으로 선발패한 게 유일한 2000년대 포스트시즌 기록으로 남아있다. 2000년대 전에도 1999년 플레이오프-한국시리즈가 가을잔치의 전부. 손민한에게는 가을잔치라는 마지막 방점이 필요하다. ▲ 송진우(1966년생, 한화) - 8시즌 257경기 1152⅔이닝 82승 49패 15세이브(14완투) 방어율 3.50 WHIP 1.27 피안타율 0.249 - 골든글러브(2002), 다승 2위(2002), 방어율 2위(2002) ‘살아있는 전설’ 송진우의 진정한 위대함은 2000년대부터였다. 지금껏 송진우는 리그를 지배한 적 없이 꾸준한 투수로만 각인돼 왔다. 하지만 송진우는 2000년대 리그를 지배한 투수 중 하나였다. 2000년대 거둔 82승은 리오스·손민한 다음으로 많은 승수이며 방어율은 리오스·손민한·박명환의 뒤를 이었다. 투구이닝도 1152⅔이닝으로, 리오스·손민한에 이어 3위였다. 오히려 완투경기는 14회로 손민한(10회) 보다 더 많았다. 2002년에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투구이닝(220)을 소화, 18승7패 방어율 2.99로 다승·방어율 2위에 오르며 최고령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당시 송진우의 나이 만 36살이었다. 송진우가 처음 2000년대를 맞이할 때 나이도 만 34살이었다. 30대 중후반 송진우는 리오스 같은 외국인선수, 손민한 같은 전성기를 보낸 투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5시즌이나 두 자릿수 승수를 따냈다. 지난해부터 하향세를 보이고 있어 2000년대 남은 2년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 배영수(1981년생, 삼성) - 7시즌 210경기 980이닝 68승 44패 2세이브(7완투) 방어율 3.66 WHIP 1.37 피안타율 0.259 - MVP(2004), 골든글러브(2004), 다승왕 1회(2004), 승률 1위(2004), 탈삼진왕 1회(2005) 1981년생 ‘젊은 피’ 배영수는 2000년 데뷔해 2000년대부터 꽃을 활짝 피운 케이스다. 2001년부터 1군 풀타임 멤버가 된 배영수는 2004년부터 명실상부한 최정상급 투수로 발돋움했다. 2004년 배영수는 17승2패 방어율 2.61로 맹활약, MVP-골든글러브를 비롯해 다승·승률상을 휩쓸었다. 지난해 부상 재활로 1년을 쉬기 전까지 7시즌 동안 4시즌이나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했고 마지막 3년은 모두 2점대 방어율을 찍었다. 배영수가 2000년대 기록한 68승은 박명환(LG)과 함께 리오스·손민한·송진우·김수경(80승) 다음으로 많은 승수다. 배영수가 더욱 돋보이는 점은 큰 경기에서 매우 강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 포스트시즌 통산 20경기에서 5승 4패 1세이브 방어율 2.03 WHIP 0.90 피안타율 1할9푼7리라는 어마어마한 위력을 뽐냈다. 특히 2004년 현대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는 10이닝 ‘비공인’ 노히트노런을 작성했다. 한국시리즈 통산 성적도 4승3패 방어율 2.33. 남은 2년이 더욱 기대된다. ▲ 박명환(1977년생, 두산-LG) - 8시즌 194경기 924⅓이닝 68승 44패 8세이브(1완투) 방어율 3.44 WHIP 1.28 피안타율 0.236 - 방어율 1위(2004), 탈삼진 1위(2004) 2000년대 중반 박명환은 손민한·배영수와 함께 ‘빅3’로 명성을 떨쳤다. 올해 프로야구 최고연봉 투수도 5억 원을 받는 박명환이다. 박명환도 2000년대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잦은 부상이 문제였다. 거의 매년 부상이 박명환을 괴롭혔다. 한 시즌도 풀타임으로 온전하게 시즌을 소화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명환이 쌓아올린 실적은 놀라운 수준이다. 68승은 배영수와 함께 2000년대 공동 4위이며, 방어율은 리오스·손민한 다음이다. 특히 피안타율이 2할3푼6리로 선발투수 가운데 1위였다. 2000년대 이후 가장 많은 탈삼진을 잡아낸 것도 865개의 박명환이었다. 2004년에는 방어율-탈삼진 1위를 차지했다. 2000년대 이후 포스트시즌 성적은 20경기 4승3패 방어율 3.55로 평범했다. 2006년 말, FA가 되어 4년간 최대 40억 원이라는 역대 FA 투수 최고대우를 받으며 LG로 이적했다. LG는 박명환이 아직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다 발휘하지 못한 투수라고 생각한다. 박명환에게 2000년대는 2년이 남았다. ▲ 그밖의 후보들 2000년대를 가장 화려하게 연 투수는 현대의 전성기를 이끈 정민태였다. 2000년 18승으로 다승왕에 오른 뒤 일본에서 2년을 보내고 돌아온 2003년에도 17승으로 다승왕에 올랐다. 2000년대 첫 2년 동안만 35승을 기록했다. 2003년 한국시리즈에서는 선발승으로만 3승을 따내며 당당히 MVP까지 차지했다. 그러나 정민태의 봄날은 2003년이 끝이었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고작 7승을 올리는 데 그쳤다. 최근 3년은 무승이다. 자연스럽게 2000년대 최고투수에서 탈락했다. 올해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로 떠난 임창용도 2000년대 8시즌 동안 62승 70세이브를 거두며 선발-마무리로 맹활약했으나 최근 3년간 실적이 아쉬웠다. 11승·6세이브가 고작이었다. 2000년대 다승 4위에 빛나는 김수경도 80승(62패)을 거둘 정도로 꾸준했지만, 방어율 4.38 WHIP 1.43 피안타율 2할6푼4리로 투구내용이 평범했다. 후발 주자지만 남은 2년이 기대되는 투수로는 오승환(삼성)과 류현진(한화)이 있다. 오승환은 마무리투수임에도 이례적으로 2000년대 최고투수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 3년간 184경기에 등판, 18승 8패 103세이브 방어율 1.37 WHIP 0.74 피안타율 1할5푼6리로 위력을 떨쳤다. 2005년에는 신인왕과 한국시리즈 MVP에 올랐으며 2006~07년에는 프로야구 사상 첫 2년 연속 40세이브와 함께 구원왕 2연패에 성공했다.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도 10경기 1승3세이브 방어율 2.04 WHIP 1.08 피안타율 1할8푼8리로 압도적이다. 2005년 한국시리즈에서는 7이닝 무실점으로 1승2세이브를 기록해 MVP까지 차지했다. 류현진은 2000년대를 4시즌밖에 치르지 못하게 됐지만 임팩트가 어마어마하다. 2006년 데뷔하자마자 프로야구 사상 첫 MVP·신인왕을 동시 석권했고, 2007년에는 고졸 출신 최초의 2년 연속 15승을 돌파했다. 데뷔 첫 2년간 무려 35승을 올렸다. 데뷔 첫 2년간 류현진보다 더 많은 승수를 올린 투수는 김일융(41승)·김시진(36승)밖에 없다. 또한, 류현진은 2년 연속 200이닝 이상 던지며 방어율 2.60 WHIP 1.15 피안타율 2할3푼6리로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위력을 보였다. 포스트시즌에서도 7경기 등판, 1승3패1세이브 방어율 3.40으로 비교적 호투했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당당히 MVP까지 차지했다. 후발주자인 류현진에게는 2000년대보다도 2010년대가 더 기대될지 모른다. 그때까지 관리가 필요하다. 리오스-손민한-송진우-배영수-박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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