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고종수, "아직은 울화통이 터지네요"
OSEN 기자
발행 2008.02.27 18: 47

"아이고, 죽겠네...울화통이 터져서 머리가 지끈거리네요". 부활한 영웅은 못내 아쉬운 듯 한소리했다. 대전 시티즌의 새 캡틴 고종수(30)의 표정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아직 완전치 못한 자신의 경기력, 그리고 아직 손발이 맞지 않는 팀 플레이때문이다. 27일 오후 통영 공설운동장에서 열렸던 동국대와 연습 경기. 경남 통영에서 6주간 가졌던 동계 전지훈련의 결과를 테스트했던 마지막 평가전이었다. 결과는 양 팀이 후반 한 골씩 뽑아내 1-1로 끝났다. 스코어도 그랬지만 내용이 좋지 못했기에 아쉬움을 더했다. 지난 시즌 대전을 대표했던 4-3-3 포메이션의 변형꼴인 4-2-3-1 시스템을 가동한 대전은 손발이 맞지 않아 투지로 무장한 동국대에 줄곧 고전했다. 내셔널리그 창원시청을 2골차로 꺾었을 정도로 강한 조직력과 전력을 자랑하는 동국대는 대전 선수들을 강하게 압박하며 90분 동안 여러 차례 기회를 잡았다. 반면 대전은 뭔가 풀리지 않았다. 올 시즌 새로 영입한 브라질 용병 카스토르와 프랑스 국적 공격수 에릭 오비나의 움직임은 더뎠고, 나머지 토종 선수들의 플레이도 답답했다. 고종수도 예외는 아니었다. 카스토르가 워낙 저조했기 때문에 이리저리 비어있는 공간을 커버하느라 정신이 없어 자신의 주특기인 침투 패스를 시도할 수 없었다. 손발이 맞지 않는데 어쩔 도리가 없었다. 후반 초반 선제골을 내준 뒤 곧바로 에릭이 헤딩골로 응수했으나 더이상 이렇다 할 찬스를 엮어내지 못한 채 소득없는 경기를 마무리했다. 내내 고함을 지르던 김호 감독도 가슴을 칠 정도였다. 그라운드를 빠져나오는 고종수의 표정에도 답답함이 가득했다. "정말 걱정스럽네, 왜 이렇게 안풀릴까"란 푸념 속에는 솔직함이 담겨 있었다.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직 경기력은 기대 이하란 반응이었다. 고종수는 팀 연습이 끝나거나 평가전이 끝나면 늘상 가던 사우나도 마다한 채 정재선 주무가 몰던 구단 전용 승합차를 타고 곧바로 숙소로 직행했다. 그만큼 속상했다는 반증. 승합차를 직접 몰고 가는 동안 통영 시민들이 고종수를 알아보곤 '어머나'하며 손을 흔들었다. 멋쩍은지 헛웃음을 지어보인 고종수는 한마디 했다. "잘 돼야 할 텐데, 아직 많이 부족해요". 한번 말문이 트인 고종수의 말은 계속 이어진다. "이러다 홧병이 생기겠어요. 뭐, 시즌이 시작되기 전이면 늘상 겪었던 일이지만 안풀리면 답답하고, 속상한 것은 어쩔 수 없어요". 그래도 역시 캡틴다웠다. 낙천적인 성격답게 이내 희망적으로 변한다. 가볍게 한숨을 내쉰 고종수는 "잘되겠죠. 힘들어도 언제나 잘해왔잖아요. 할 수 있다고 믿어요. 틀림없이요"라고 덧붙인다. 어딜가나 사인공세에 시달리는 고종수다. 통영 관광호텔 직원들이나 일반 시민들은 물론, 연습경기를 위해 경기장을 찾은 심판들조차 사인을 해달라고 달려들 정도다. 고종수가 부담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주장이기 때문에, 스타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 김호 감독이 천명한 '4강행'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뛰고 또 뛰어야 한다. 좌절과 시련을 딪고 그라운드로 돌아온 고종수는 멋진 텀블링을 위해 어려움 속에서 조금씩 희망을 찾아가고 있었다. yoshike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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