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장혁(32)이 제대후 선택한 두 편의 TV 드라마에서 시청자 반응의 열탕과 냉탕을 오가고 있다. 뜨거웠던 쪽은 첫 작품 '고맙습니다'고 차가운 쪽은 두번째 '불한당'이다. 이다해(24)와 함께 주연을 맡은 SBS 수목드라마 ‘불한당’ (김규완 극본/유인식 연출)은 시청자들의 기대 속에 9%(AGB닐슨 조사)수준의 준수한 시청률로 출발했다. 반응도 괜찮았다. 능글맞은 불한당 오준(장혁 분)과 씩씩한 싱글맘 달래(이다해 분)의 캐릭터가 잘 그려진 ‘불한당’ 1회를 본 시청자들은 장혁과 이다해의 캐릭터가 재미를 더한 한 회였다며 앞으로 그려질 내용에 흥미를 보였다. 그러나 두달여가 후다닥 지나간 지금, '불한당'의 인기는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7일 방영분의 시청률은 4%대. 시청자게시판 등에 출연진의 좋은 연기를 칭찬하는 글들의 자주 올라오는 데 비해서는 너무 낮은 시청률이다. 방송 초반의 기세를 살리지 못하고 시청자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여러가지 부진의 이유가 있겠지만 그 가운데 한 가지는 '식상함'이다. 장혁은 '불한당' 권오준을 연기하며 자신의 재평가를 이끌어낸 '고맙습니다' 역할과 다른 듯 꼭 닮은 캐릭터를 선보였다. 밝게 웃고 있지만 가슴 깊은 곳에는 아픔 사연을 안고 있으며 사랑에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게 바로 오준이다. 지난해 3월 21일 첫 방송된 MBC 새 수목미니시리즈 ‘고맙습니다’의 뚜껑이 열리자 가장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인물도 장혁. 당시는 칭찬 일색으로 흘러갔다. 그는 극중에서 냉정하고 건방진 성격의 의사 민기석 역으로 푸른도에서 영신(공효진 분)과 이봄(서신애 분)을 만나면서 점점 인간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웃음과 감동으로 그렸다. 기서의 버릇없고 제멋대로인 모습 이면에 있는 연민과 안쓰러움이 장혁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동화돼 잘 맞아떨어진 것. 상대역인 공효진과 아역 서신애에 대한 반응도 열렬했지만 병역비리로 안티들의 표적이 됐던 장혁은 이미지 대변신의 기회를 제대로 잡은 셈이다. 또 군에 갔다오더니 연기력과 눈빛에 한층 깊이를 더했다는 평가까지 들었다. '고맙습니다' 기서에 이어진 '불한당' 오준 역은 이런 면에서 장혁에게 오해려 부담으로 작용했다. 모든 게 호평으로 감싸지던 상황은 지나가고 모든 게 '고맙습니다'의 기서와 비교되는 악조건으로 '불한당'에 출연하고 있다. 이다해도 이같은 틀 안에서 자유롭지 못하기는 마찬가지. '마이걸' 이후 처음으로 SBS에 돌아온 그녀도 '진달래 역에 딱이다. 귀엽기도 하고 어린 나이에 홀로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라서 그런지 속 깊은 성숙함도 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드라마에서 자주 보여왔던 모습이다. 늘 비슷한 이다해의 캐릭터에 시청자들도 슬슬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싱글맘이란 설정도 '고맙습니다'의 연속선 상에 있다. 이다해는 나이 갓 스물에 결혼해 아이까지 있는 상태에서 남편을 사고로 잃는 진달래 역이다. '고맙습니다' 공효진은 엄밀한 의미에서 싱글맘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처지에서 장혁을 만난다. 싱글맘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들이 많았다는 사실은 '불한당'의 이야기에서 참신하고 신선한 느낌을 뺏어가기 마련이다. '고맙습니다'로 완벽하게 재기했던 장혁이 '불한당'의 중반 불리를 어떻게 딛고 일어서 종반 역전을 성공할 지에 방송관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