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그렇게 하지마. 생각하고 움직여. 허, 참…”. 대전 시티즌 김호 감독의 입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주문 사항이다. 6주가 넘게 이어진 경남 통영 전지훈련을 통해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한 가지를 줄곧 강조했다. ‘생각하는 축구’. 연습경기 혹은 훈련 때, 연습생과 2군을 포함 선수가 40여 명이 있을 때, 또한 엄선된 17명의 1군 멤버만 있는 지금껏 김 감독의 주문은 변함이 없다. 길고 길었던 전훈의 성과를 확인하는 마지막 연습 경기가 열린 지난 27일. 오전에 휴식을 취하던 선수들이 오후 1시 반쯤 되자 하나둘씩 호텔 미팅룸에 들어서기 시작한다. 약 15분간 김 감독은 선수들의 포메이션과 공격 및 수비 시 움직임 변화에 대해 설명하는 한편 “집중하고 생각하면서 그라운드를 누빌 것”을 거듭 주문했다. 미팅을 마치고 동국대와 연습경기 장소인 통영 공설운동장으로 이동해서 스트레칭하는 선수들에게 김 감독은 이 짧은 순간조차 ‘내가 뭘 해야 할지’ 생각하면서 몸을 풀라고 지시할 정도였다. 잔뜩 기대했던 경기였으나 내용이 좋지 못했다. 선제골을 내준 뒤 신입 용병 에릭 오비나가 헤딩골을 넣어 1-1 무승부를 기록했고, 선수들의 움직임도 기대이하였다. 선수들조차 “이상하네. 왜 이리 안풀리지?”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던 한판이었다. 손발은 아직 맞지 않았고 팀 플레이에는 유기적인 짜임새가 없었다. 경기가 가장 잘 보이는 본부석 위로 올라가 턱을 괸 채 선글래스를 착용하고 경기를 관전하던 김 감독은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질러댄다. “좀 생각하면서 뛰어라. 저럴 땐 이렇게 움직이라고 얘기했잖아. 아, 저 친구 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네. 정말 힘들다. 왜 저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 그래도 직접 이름이 거론되는 선수는 행복하다. 그만큼 김 감독이 믿고 아낀다는 또다른 증표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좀 심하다 싶어도 믿고 더 아쉬우니까 소리치죠”라고 귀띔한다. 생각하는 축구, 예측하는 축구만큼이나 김 감독이 또 하나 강조하는 게 있다. 바로 즐기는 플레이다. 축구를 의무처럼 생각해 성의없이 플레이하지 말라는 얘기다. 자신들에게 궁극적으로 급여를 주고, 몸값을 높일 수 있게 해주는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플레이를 위해 즐기면서 플레이하라는 것이다. 선수들이 행복한 축구는 팬들도 즐겁다면서. “우리 선수들은 가끔 경직될 때가 많아요. 물론 성적도 중요하죠. 하지만 프로 스포츠의 근간은 팬들입니다. 이들을 즐겁게 해주려면 선수들이 먼저 즐겨야죠. 안 그렇습니까? 허허”.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