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데이빗 베컴(33)은 오른발의 마법사였다.
1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FC 서울과 가진 '모토로라컵 LA갤럭시 코리아투어'에서 베컴은 자신의 오른발로 선제골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활약했다.
이날 베컴은 자신에 대한 과도한 몸싸움을 경계한 듯 자주 자리를 바꾸는 모습이었다.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다시 왼쪽으로 미드필드를 오가는 베컴에게 서울의 미드필드진은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베컴이 더욱 무서운 것은 그 자신의 위치에 상관없이 정교한 킥으로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는 데 있었다. 서울의 수비진이 빈 공간을 내주면 어김없이 베컴의 킥은 떨어졌고, 전방에 배치된 카를로스 루이스와 앨런 고든, 셀레스틴 바바야로는 날카로운 슈팅으로 화답했다.
두 번의 코너킥으로 감을 조율한 베컴의 오른발이 빛난 것은 전반 20분. 단순한 아크 정면의 프리킥 찬스가 베컴에게는 기회였다. 가볍게 감아 찬 프리킥이 긴 호를 그리며 김호준 골키퍼와 페널티 에어리어 경계에서 떨어진 순간 고든은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논스톱 발리킥으로 서울의 골망을 흔들었다. 마치 약속된 듯한 플레이였고, 그만큼 베컴의 킥은 날카로웠다. 지난달 24일 시드니 FC와 팬퍼시픽 챔피언십서 감각을 되찾았다는 베컴의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이것은 최근 부상으로 한 경기 남은 센추리클럽 가입이 미뤄지고 LA서 자신의 자리를 잡지 못하던 베컴으로서도 기쁜 일이었다. 한때 LA는 베컴이 뛰지 않을 때 승률이 더 좋다는 이유로 베컴은 인기만 많은 연예인이라는 혹평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날 베컴은 끊임없는 움직임과 철저한 수비로 이 모든 것이 부상으로 생긴 오해라는 것을 증명했다. 특히 후반에는 크리스 클라인의 오버래핑으로 생긴 빈틈을 빠른 수비로 메우면서도 빠른 역습으로 전방 공격에 참여하는 등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는 모두 그동안 과거 레알 마드리드 시절 은사이자 현 잉글랜드 대표팀 사령탑인 파비오 카펠로 감독이 원하는 모습이었다.
비록 LA는 이날 경기에서 정조국에게 전반 30분 동점골을 내준 후 승부차기에서 패했지만, 베컴만큼은 자신의 가치를 다시 증명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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