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첫 골에 퍼거슨이 기뻐한 까닭
OSEN 기자
발행 2008.03.02 08: 59

[OSEN=런던, 이건 특파원] 2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런던의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열린 풀햄과 프리미어리그 28라운드 경기 후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박지성(27)의 골에 대해 기쁜 심정을 아끼지 않고 표출했다. 퍼거슨 감독은 "지성의 골이 상대를 죽였다" 며 "그가 약 1년 만에 기록한 골이기 때문에 너무나 기뻤다" 고 말했다. 이날 퍼거슨 감독의 기쁨에는 골을 기록한 박지성에 대한 만족감이 내포되어 있다. 오랜 기간 부상에서 신음했고 적시에 돌아온 애제자의 골을 축하하는 모습도 포함되어 있는 것. 하지만 더 깊숙한 곳에는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로테이션 시스템' 이 제 궤도에 올랐음이 박지성의 골로 증명된 것을 기뻐하는 것이다. 로테이션 시스템은 경기마다 선수들을 돌아가며 기용하는 것으로 많은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톱클래스 팀이 안정적인 경기력과 체력 안배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없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경기력 자체가 들쭉날쭉해질 뿐만 아니라 선수단의 경기 감각 조율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날 퍼거슨 감독은 일주일 전 뉴캐슬전과 비교해 5명을 바꾼 베스트일레븐을 내놓았다. 이는 주중 있을 올림피크 리옹과 유럽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을 대비함과 동시에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 동안 맨유는 웨인 루니나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 라이언 긱스가 없는 상태에서는 경기력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루니 호나우두 긱스의 '3R' 이 없었음에도 맨유는 풀햄을 압도했고 골도 3골이나 뽑아냈다. 득점도 박지성을 비롯해 오웬 하그리브스 등 뉴캐슬전에서 뛰지 않았던 선수들이 뽑아내 퍼거슨 감독을 기쁘게 했다. 후반 데이비스의 자책골을 유도한 것도 뉴캐슬과의 경기에서 뛰지 않았던 오셰이였다. 특히 그 동안 골을 뽑아내지 못했던 박지성의 골은 로테이션 시스템의 완성을 보여주었다고 볼 수 있다. 맨유는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많은 선수들이 부상에서 복귀했다. 이들은 복귀한 후 속속 골을 뽑아내며 자신들의 건재를 알렸다. 또한 제대로 기회를 잡지 못했던 선수들이 나서 골을 뽑아냈다. 아스날과 FA컵에서 대런 플레처가 2골을 뽑아냈던 것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활약으로 퍼거슨 감독은 프리미어리그, FA컵, 챔피언스리그 등 빡빡한 일정에 대한 대책으로 탄탄한 로테이션 시스템을 구상하고 실천할 수 있게 됐다. 남은 것은 바로 박지성의 득점뿐이었다. 득점 자체가 중요하기도 했지만 그것을 통해 박지성의 자신감과 잠재력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긱스의 체력 부담을 덜어줌과 동시에 물오른 득점력을 선보이고 있는 호나우두의 최전방 배치까지 이끌어 낼 수 있는 중요한 과제였던 것이다. 이런 상황서 박지성이 골을 터뜨려줬으니 퍼거슨 감독이 기뻐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칭찬한 후 "오늘 출전시킨 선수들도 대단한 열정과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고 말했다. 또한 그는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루니, 호나우두 등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다" 며 로테이션 시스템이 성공적이었음을 밝혔다. bbadag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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