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견' 김호준, 서울의 '희망' 자리매김
OSEN 기자
발행 2008.03.02 09: 05

모두의 관심이 세계적인 축구스타 데이빗 베컴(33)에 쏠리고 있을 때 FC 서울은 또 한 명의 영웅을 탄생시키고 있었다. 차세대 수문장 김호준(24)이 그 주인공. 지난 1일 오후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모토로라컵 LA갤럭시 코리아투어' 경기에서 서울은 전후반 1-1로 비긴 뒤 이어진 승부차기서 2-1 승리를 거뒀다. 대표팀 경기 도중 허리 부상을 입은 에이스 골키퍼 김병지의 공백이 당분간 불가피한 가운데 김호준의 재발견은 터키 출신 명장 세뇰 귀네슈 감독을 기쁘게 만들었다. 시작만 해도 불안했다. 전반 21분 베컴의 프리킥 패스를 받은 앨런 고든이 문전 앞에서 오른발 슈팅을 날려 골을 성공시켰을 때만 해도 김호준은 꼼짝도 하지 못한 채 공이 골네트에 걸리는 걸 지켜봤다. 그때부터 김호준의 진가가 나타났다. 전후반 총 7개의 상대 슈팅 중 한 번을 놓친 김호준은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상대의 킥 4개를 모두 막아내는 빼어난 감각을 보여줬다. 아쉽게 첫 번째 키커로 나선 베컴에게만 실점했을 뿐이다. 나머지 4차례 킥은 빗나간 게 아니라 모조리 김호준의 손이나 몸에 걸렸다는 것을 감안할 때 실로 놀라운 감각이 아닐 수 없다. 선방한 뒤 멋쩍은 미소를 짓는 김호준의 모습이 전광판에 비쳐질 때마다 오직 베컴에게만 환호하던 3만 4000여 관중들도 "와"하는 탄성과 함께 아낌없는 갈채를 보내줬다. 솔직히 이 정도로 잘해주리라고 예견하기 어려웠다. 입단 4년차를 맞은 김호준은 신인이던 2005시즌 이후 단 한 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그 뒤로 2년 여가 흘렀으니 실로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그간 붙박이 주전으로 출전해오던 김병지는 줄곧 "후배들이 나를 실력으로 넘어설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솔직한 입장을 밝혀왔고, 이제 김호준이 그 자리를 운이 아닌 실력으로써 메우려 하고 있다. 겨우내 터키 안탈리아에서 진행됐던 해외 전지훈련에서도 김호준의 실력과 기량은 더욱 빛났다는 게 서울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였다. 당시 김호준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삼촌'이라 부르며 따르던 김병지의 공백이 분명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김병지가 없어 서울 골문이 불안하다"는 말은 듣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노라 다짐한 바 있다. 경기가 끝난 뒤 이어진 공식 인터뷰서 귀네슈 감독은 "김호준이 팀 선배 김병지에게 많은 것을 배워왔고, 올 시즌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반드시 살렸으면 한다"는 격려섞인 바람을 드러냈다. 새 시즌 개막을 일주일 여 앞두고 전력을 점검할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 이날 LA 갤럭시전 승리만큼이나 의미있었던 김호준의 재발견에 귀네슈 감독의 마음은 든든하기만 하다. yoshike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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