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컴, '여전히 세계 최고 중 한 명' 입증
OSEN 기자
발행 2008.03.02 11: 01

FC 서울과 3.1절 매치에서 데이빗 베컴(33)은 왜 자신이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 중 하나인지 증명했다. '슈팅 라이크 베컴(원제 Bend It Like Beckham)'이라는 영화를 기억하는가. 당시 데이빗 베컴이 너무 유명한 나머지 그의 이름을 빌렸다는 것만으로도 성공한 이 영화에서 주인공의 목표는 베컴처럼 휘는 프리킥을 성공시키는 것이었다. 그만큼 베컴의 킥은 독보적인 존재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느새 베컴은 전성기가 지난 선수가 되었지만, 여전히 그는 자신의 클래스를 유지하고 있었다. 사실 '모토로라컵 LA갤럭시 한국투어'로 명명된 FC 서울과의 친선전은 기대만큼이나 걱정이 혼재된 경기였다. 작년 8월 말 멕시코의 C.F 파추카와 경기서 오른쪽 무릎에 부상을 입었던 베컴이 과연 어떤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비록 방한 전 하와이에서 열린 팬퍼시픽챔피언십 시드니 FC와 경기서 두 개의 어시스트를 성공시켰다지만 K리그의 거친 몸싸움 속에서도 그 활약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쓸 데 없는 기우에 불과했다. 베컴은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잘 알고 있었고, 그에 맞는 플레이를 펼치며 다른 방법으로 자신이 월드클래스의 선수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과거 일선에서 공격을 이끌던 모습과는 달리 이 경기에서 베컴은 자신이 주인공이 되기보다는 동료들에게 패스를 배급하며 공격의 흐름을 조절하는 조연으로 활약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며 플레이 스타일에 변화를 모색했던 베컴은 LA 갤럭시에서 또 한 번의 변화를 시도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의 변화는 LA 갤럭시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던 이유였다. 빈 공간이 열리면 어김없이 떨어지는 베컴의 '택배 크로스'와 놀라운 침투 능력을 과시한 앨런 고든과 카를로스 루이스에게 FC 서울의 수비진은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만약 베컴이 전처럼 고정된 자리에서 움직였다면 거친 마크 혹은 고정 마크맨을 붙여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후방을 돌며 끊임없이 위치를 바꾸는 베컴을 막기는 쉬운 노릇이 아니었다. 이날 베컴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그토록 극찬한 끊임없는 움직임은 잃었어도 다른 방법으로 팀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애초 경기가 진행되는 상황보다 정지된 상황에서 강한 '데드볼 스페셜리스트' 베컴에게는 더욱 어울리는 모습일지도 몰랐다. 이는 전 잉글랜드 대표팀 사령탑 스티브 매클라렌 감독이 베컴을 간절히 원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베컴의 이런 변화가 반가운 것은 센추리클럽 가입을 눈앞에 둔 그가 전 은사 파비오 카펠로 감독에게 자신의 부활을 증명했다는 데 있었다. 사실 레알 마드리드 시절 말미에 보여줬던 모습과 달리 베컴은 LA 갤럭시로 이적한 후 늘어난 관중과 달리 플레이 자체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것은 부상 전 베컴이 LA 갤럭시에서 뛴 5경기에서 4무 1패를 기록했다는 사실이 증명한다. 반면 베컴이 부상으로 빠진 후 13경기서 LA 갤럭시는 6승 5무 1패의 상승세를 질주했다. 연봉 5000만 달러(약 475억 원)의 사나이답지 못한 모습이었던 셈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LA 갤럭시는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FC 서울에 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베컴은 '공격의 리베로'로 거듭나는 데 성공하면서 재기를 예고했다. stylelom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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