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2008시즌 프로야구 개막이 26일 앞으로 다가왔다. 시범경기는 오는 8일부터 시작돼 겨우내 야구에 목말랐던 팬들을 찾아간다. 지난해 11년 만에 4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제2의 중흥기를 맞았던 프로야구는 현대 유니콘스 문제를 가까스로 봉합해 8개 구단 체제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초점은 2008시즌 흥행이다. 올해 프로야구는 내심 500만 관중을 꿈꾸고 있다. 한 시즌 500만 관중을 돌파한 것은 1995년(540만 6374명)이 유일하다. 프로야구 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LG·롯데·해태가 4강에 포함된 해도 바로 1995년이었다. 1995년 그 후 1995년은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흥행에 성공한 한 해였다. 마치 잘 짜여진 드라마 각본처럼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흥미롭게 전개됐다. 그 중심에 자타가 공인하는 ‘인기구단’ LG가 있었다.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투타 양면에서 최강팀 면모를 갖춘 LG는 신바람 야구로 인기몰이에 앞장섰다. LG가 전 시즌 선수단 항명 파동을 딛고 환골탈태한 OB와 양강체제를 형성한 가운데 롯데가 그 뒤를 쫓고 있었다. 그해 롯데는 마해영과 임수혁의 마림포에 스피드 야구를 펼쳤다. 당시 롯데의 팀 도루(220개)는 지금도 역대 한 시즌 최고기록으로 남아있다. LG와 롯데는 페넌트레이스 2~3위를 차지했다. ‘전통의 인기구단’ 해태는 시즌 초반 침체를 벗고 시즌 중반부터 분전해 페넌트레이스 4위로 시즌을 마쳤지만, 3위 롯데와 승차가 3.5게임 이상으로 벌어져 포스트시즌에는 나가지 못했다. 1995년 LG는 총 관중 126만4762명을 동원했다. 평균 관중이 무려 2만76명으로 지금까지도 역대 한 시즌 최다관중 기록으로 남아있다. 프로야구 사상 최초의 평균 관중 2만 명이었다. 같은 해 롯데도 총 관중 118만576명, 평균 관중은 1만8739명을 모았다. LG 다음으로 많은 관중동원으로, 이 역시 역대 한 시즌 최다관중 기록 3위로 남아있다. 상대적으로 성적이 기대를 밑돌았던 해태는 총 관중 43만1302명, 평균 관중 6846명으로 8개 구단 가운데 6위였다. 하지만 수용인원이 1만4600명밖에 되지 않는 광주구장에서는 나름대로 선전한 결과였다. 실제로 해태-KIA가 1995년보다 관중동원이 좋았던 해는 1993년·1996년이 유이했다. 대신 해태는 전통적으로 원정경기 관중동원력이 뛰어난 팀으로 유명하다. 1995년 LG·롯데·해태는 전체 관중의 53.2%를 책임지는 위력을 발휘했다. 1995년을 제외하면 LG·롯데·KIA 3개 팀이 4위권을 형성한 전례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개 팀이 흥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컸다. 3개 팀이 최초로 포스트시즌에 전원탈락한 2001년 프로야구는 299만1064명의 관중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3개 팀이 총 관중에서 차지한 비중은 46.5%였다. 2005년 역시 3개 팀 모두 가을잔치에 나가지 못했지만 전체 관중의 46.4%를 책임졌다. 400만 관중을 동원한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시즌 초반부터 거센 돌풍을 일으킨 LG와 롯데가 흥행의 중심에 서 있었다. 특히 롯데는 72.2% 관중증가율을 보였다. LG도 관중증가율 25.4%를 기록하며 두산에게 빼앗겼던 최다관중팀 타이틀을 1년 만에 되찾았다. 롯데와 LG가 전체 관중에서 차지한 비중만 무려 40.5%에 달했다. 반면 2년 만에 최하위로 추락한 KIA는 8개 구단 중 가장 낮은 관중증가율(1.5%)로 체면을 구겼다. 원정경기 관중동원력도 체감지수가 예년만 못하다는 평. 그래도 롯데와 LG의 힘이 컸다. LG-롯데-KIA의 역할 지난해 시즌을 앞두고 한국야구위원회(KBO)가 400만 관중을 목표로 설정했을 때만 하더라도 대다수가 ‘불가능한 일’이라고 어둡게 전망했다. 하지만 스포테인먼트를 기치로 내걸고 흥행선봉에 선 SK를 비롯해 롯데·LG·두산 등 빅마켓 구단들이 팬들에게 다가서는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관중을 모으며 전국적인 인기몰이를 주도했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400만을 넘어 총 관중 410만4429명을 끌어모았다. 올 시즌에는 400만을 넘어 13년 만의 500만 관중에 대한 기대도 크다. 흥행에 있어 블랙홀이나 다름없었던 현대 유니콘스 대신 서울을 연고지로 삼게 된 ‘제8구단’ 우리 히어로즈가 새 출발하는 것도 희망적이다. 우리 히어로즈의 성공여부에 따라 프로야구 흥행에 탄력이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프로야구 흥행에서 가장 가장 중요한 건 LG·롯데·KIA의 성적이다. LG와 롯데는 비록 포스트시즌에는 나가지 못했지만, 지난해 굉장한 파급력을 과시했다. 3만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구장을 보유한 데다 인기구단이라는 점이 강하게 작용했다. 만약 롯데가 시즌 막판까지 가을잔치에 대한 희망을 이어갔다면, 더 많은 관중들을 동원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기대다. LG는 시즌 막판까지 4강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며 등 돌렸던 서울팬들의 마음을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 LG는 김재박 감독 부임 2년째라는 점에서 성적상승에 대한 기대가 크며 팬들도 지난해 변화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롯데는 시즌 종료 후 42일간 감독 자리를 공석으로 비어두는 우를 범했지만 사상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 제이 로이스터 감독을 선임한 뒤 수준급으로 평가되는 외국인 투수와 타자를 영입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팬들의 기대감도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 이와 함께 KIA의 역할도 매우 중요해졌다. 비록 ‘미니구장’ 광주구장 때문에 홈경기에서 많은 관중을 동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남아있는 1997년 해태는 총 관중 39만3137명, 평균 관중 6240명을 동원한 바 있다. 그러나 1997년을 끝으로 평균 관중 5000명을 한 번도 넘지 못했다. 최소 평균 관중 5000명을 목표로 설정한 뒤 원정경기에서 관중동원력을 발휘해야 할 과제가 주어졌다. 1990년대 중반 프로야구 최전성기에는 잠실구장 3루 측을 가득 메운 해태 팬들이 있었다. 당시 해태와 LG가 잠실구장에서 경기를 벌이면 평일이라도 3만 관중은 예삿일이었다. 지난해 시즌이 종료된 후 대대적인 구단 개편을 단행한 KIA는 서재응과 호세 리마 등 메이저리거들을 대거 영입해 명가재건을 꿈꾸고 있다. LG·롯데와 함께 500만 관중 동원의 중심축이 되어야한다. KIA가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의 숙원을 달성하면, 광주팬들은 다시 야구장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