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개봉을 앞두고 늘 하는 연례행사가 있다. 배우들이 각 예능프로그램에 나와서 ‘한번만 도와달라’고 시청자들에게 부탁하는 것이다. 개봉시기에 맞춘 무대인사에서도 ‘한국 영화를 살리자’고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고 입 소문을 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한국 영화의 침체기. 배우들은 관객들이 자신의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기를 간곡히 원하고 있다. 물론 영화에 출연한 주연배우로서 그 정도의 홍보는 당연한 책임이지만 관객들이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의외로 싸늘했다. 한국 영화의 팬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30대 중반의 직장인 여성은 “평소에는 TV에 보이지도 않던 사람이 갑자기 나와서 ‘한번만 도와달라’고 하면 더 안 보고 싶다”며 “물론 평소 이미지가 좋아 호감도가 높은 사람이 TV에 나와 도와달라고 하면 어느 정도 영화에 대한 관심은 생긴다”고 의견을 밝혔다. 또한 “재미있는 영화가 나오면 보러 간다”며 “하지만 요즘 한국 영화는 아무거나 만든다는 느낌이다. 더 생각해보면 독특한 소재로 참신한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만드니까 또 만든다는 느낌이다. ‘이 감독 정도면, 이 배우니까.’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추격자’ 같이 재미있게 만들면 영화관을 간다. 하지만 재미없는 영화를 보러 갈 수는 없다. 우리가 자선 사업하는 사람도 아니고 소비자 입장에서 재미없는 한국 영화는 보러 가기 싫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작품성 있고 좋은 영화라고 입 소문이 나서 영화관에 가면 벌써 내려가있다”며 “너무 빨리 내리거나 심야 시간대에 걸어놔서 볼 수가 없다. 그 부분이 아쉽다. 또한 다운로드로 영화 본다고 하는데 좋은 영화면 극장에서 보고 싶다.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게 먼저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30대 중반의 직장인 남성은 “다운로드로는 외화를 많이 보는 편이지 한국 영화는 다운로드로 보지 않는 편이다”며 “재미있는 영화가 있으면 극장으로 간다. 재미있는데 안 보겠느냐”고 말문을 열었다. “영화 제작비 중에서 배우들의 개런티가 너무 비싼 것 같다”며 “스태프들이나 제작하는데 드는 비용은 크지 않으면서 비싼 배우들 섭외하는데 돈을 많이 쓰니까 영화의 질도 떨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물론 기자와 만난 30대 여성과 남성이 한국 관객들을 대표하는 표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들 외에 다른 몇몇 관객과의 인터뷰와 네티즌들의 의견을 살펴보면, 한국 영화 침체기를 벗어날 길은 한국 영화 제작 관계자들이 스스로 각성하고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먼저라는 의견이 많았다. crystal@osen.co.kr 올해 개봉했거나 개봉을 앞둔 한국 영화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