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드라마 세상이 주부들의 시선에 의해 재단되고 있다. 외형적으로 주부를 주 타깃으로 하는 드라마와 그렇지 않은 드라마로 나눠지고 내용상으로도 주부(전업주부든 일하는 주부든)의 시각과 그에 반하는 가족들의 시각이 갈등하는 양상이다. 주말 저녁 8시부터 시작하는 주말드라마는 KBS 2TV ‘엄마가 뿔났다’, MBC TV ‘천하일색 박정금’, SBS TV ‘행복합니다’, KBS 1TV ‘대왕세종’, SBS TV ‘조강지처 클럽’, MBC TV ‘겨울새’ 등이 있다. 이 중 ‘대왕세종’을 제외하고는 철저하게 ‘주부 연기자에 의한, 주부를 위한’ 드라마들이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중심세력들이 모두 주부이고 갈등의 주체도 주부와 비주부의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유일하게 남성적 색채가 강한 ‘대왕세종’은 기존의 대하사극과 달리 그 세밀한 재미에도 불구하고 주부드라마의 틈바구니에서 되레 기운을 잃는 양상이다. ‘겨울새’는 2일 방송으로 막을 내리긴 했지만 후속 드라마인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도 주부를 떠나서는 얘기를 꺼낼 수 없는 작품이다. 최진실 정준호 정웅인 변정수 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내용도 평범한 가정주부가 지금은 톱스타가 된 첫 사랑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스토리를 이끄는 갈등구조도 주부들의 시각에서 출발한다. ‘엄마가 뿔났다’와 ‘행복합니다’는 세상과 결혼에 대한 세대간의 시각차가 이야기의 큰 줄기를 이룬다. ‘엄마가 뿔났다’는 제목에서부터 그렇듯이 엄마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세상사를 엄마의 시각에서 보여준다. ‘행복합니다’도 사회적으로는 빈부격차의 갈등 양상이 비치지만 가정적으로 들여다보면 엄마가 바라는 결혼구도와 자녀들이 추구하는 결혼상이 갈등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에피소드가 만들어진다. ‘천하일색 박정금’은 일하는 주부의 시각에 많은 무게를 두고 있다. 가정과 사회를 동시에 꾸려야 하는 직업주부의 처지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드라마 전반에 깔려 있다. ‘조강지처 클럽’은 전형적인 동네 수다다. 뒷집 아저씨는 어떻다더라, 옆집 아줌마는 요새 옷차림이 예사롭지 않다더라 하는 주부들의 수다가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핵심이다. 결국 이런 현상은 ‘현실’과 여러 가지 이유로 뿌리가 닿아 있다. 일단 TV 채널권을 주부가 갖고 있다는 얕은 이유에서부터 청춘 멜로로서는 현실감 있는 인생을 투영시킬 수 없다는 한계에 이르기까지 많은 필요들이 지금의 흐름을 제어하고 있다. 모두가 세상의 단편을 보여주는 것들이긴 하지만 너무 한 쪽에 치우친 세계관이 반영돼 혹 부작용이나 생기지 않을까 우려되는 점이 있다. 사춘기 시절, 어른들의 생각이라면 무조건적으로 반항했던 그 모습처럼 말이다. 100c@osen.co.kr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천하일색 박정금' '엄마가 뿔났다' '행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