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 이가와, 너무 높은 메이저리그 벽
OSEN 기자
발행 2008.03.03 09: 08

[OSEN=이상학 객원기자] 이대로 실패작이 되는 것일까. 뉴욕 양키스의 일본인 투수 이가와 게이(29)가 메이저리그 두 번째 시즌을 앞두고 또 다시 불안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이가와는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사우스플로리다대와 시범경기에 4번째 투수로 구원등판했으나 만루홈런 포함 1이닝 4실점으로 망신살이 뻗쳤다. 이날 경기는 양키스의 11-4 대승으로 끝났고 사우스플로리다대는 양키스 투수들을 상대로 안타와 볼넷을 2개씩 뽑아냈는데 이가와를 상대로만 1안타(홈런)·2볼넷을 얻어냈다. 이날 등판한 양키스 투수 7명 중 이가와만이 유일하게 실점했다. 지명타자로 나와 이가와를 상대로 만루홈런을 터뜨린 에릭 바우먼이 지난 2년간 어깨 부상으로 한 경기도 뛰지 않은 후보선수였다는 사실은 지난해 야구교실에서 중학생에게 안타를 맞은 것 못지않은 ‘이가와의 굴욕’이라는 평.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투구내용이었다. 볼넷 2개와 폭투 그리고 몸에 맞는 볼로 위기를 자초하는 과정이 좋지 못했다. 경기 후 이가와는 “제구가 나쁘지 않았지만, 슬라이더가 밋밋하니 제대로 맞지 않아도 홈런이 되어버렸다. 중학생에게도 맞는 것이 야구”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이가와는 올해 첫 등판이라는 점에 의의를 두었다. “걱정하지 않는다. 이제 첫 등판이고 과제가 뚜렷해진 만큼 더욱 적극적으로 임하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조 지라디 감독도 이가와의 첫 등판에 대해 “스스로 목을 멘 모습이었다. 볼넷과 몸에 맞는 볼로 불리한 카운트를 초래하며 수렁에 빠졌다. 하지만 아직 초기 단계다. 적극적인 투구의 결과라 문제 없다. 2~3일 내로 상태를 회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지난 2006년 12월 이가와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5년간 2000만 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양키스 유니폼을 입었다. 양키스가 이가와에게 쏟아부은 포스팅 금액만 해도 2600만 달러로, 이가와의 몸값은 총액 4600만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이가와는 데뷔 첫 해부터 두 차례나 마이너리그로 강등되는 등 14경기에서 2승3패 방어율 6.25 WHIP 1.67 피안타율 2할7푼9리라는 극악의 부진으로 ‘먹튀’라는 혹평을 받았다. 시즌 막판부터 오프시즌까지 트레이드 루머에도 이름이 오르내렸다. 메이저리그 진출 후 이가와는 갖은 벽에 부딪쳤다. 일본에서는 탈심진왕만 3차례나 차지하는 등 파워피처로 명성을 떨쳤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최고구속 92마일(148km)로는 한계가 있었다. 체인지업으로 완급을 조절하는 이가와는 속구의 위력이 감소되자 위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다양한 구종을 지닌 것도 아니었고, 제구력마저 들쭉날쭉해졌다. 일본과 달리 몸쪽 공을 잘 잡아주지 않는 스트라이크존에도 적응하지 못하는 바람에 기복도 극심했다. 이가와는 시범경기에서도 포수 앞에서 원바운드되는 공이 숙출하며 고전을 거듭했다. 이가와도 “그 점을 고치고 싶다. 힘을 빼고서는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지만, 힘을 쓸 때에는 낮게 제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스트라이크존에 던지는 데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노리고 있는 이가와는 생소한 구워 보직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어렵지만 선발진에 들기 위해서는 잘 던져야 한다”는 것이 이가와의 말이다. 이가와는 오는 5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시범경기에서 구원 등판으로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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