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38년째 허참, “방송의 생명은 재미”
OSEN 기자
발행 2008.03.04 11: 26

십년이면 강산도 변하는 세월이다. 그 강산이 한번 돌고 다시 한바퀴 반을 돌았다. 그렇게 올해 25살의 나이를 자랑하는 KBS1 ‘가족오락관’은 세월이 흘렀건만 변함없는 모습으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 “몇 대 몇”을 외치는 38년 방송 경력의 진행자 허참이 있다. 그런 허참이 대변신을 한다. 바로 젋은이들이 즐겨보는 채널 KM의 ‘골든 힛트 쏭’에서 DJ의 옷으로 갈아입은 것이다. 지난달 28일, 허참은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엠넷 ‘엠카운트다운’에서 프로그램 홍보 차 슈퍼주니어와 깜짝 진행을 했다. 녹화가 끝난 후 기자와 만난 그는 놀라운 눈빛이 역력했다. “젊은이들의 열기가 그렇게 뜨거울 수가 없어. 가만 있어봐 슈퍼주니어? 쟤네들 나이가 이제 스물 대 여섯 되나? 허허허” 늦깍이 나이에 젋은이들의 음악 프로 현장에서 엠씨를 진행한 것이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신기한 내색이었다. 허참은 이날 자신만의 방송철학을 ‘재미’란 단어로 풀이했다. “교양이나 오락의 생명은 재미지. 재미로 인해 피로로 지쳐있는 국민들을 즐겁게 하면 되니까. 그런 오락물에 ‘공자왈 맹자왈’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라고 봐. 재미를 주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재미있어야 하고 또 나 자신이 재밌으려면 두렵지 않게 노력해야만 해. 그러다보면 프로그램에 내가 자연스럽게 동화가 되는 것이지” 허참하면 ‘가족오락관’이 생각나고, ‘가족오락관’하면 자연스럽게 허참이 떠오르는 것은 당연지사가 됐다. 허참 본인에게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좋은 구성과 연출진, 진행자가 만나 한 해 두 해 하다보니까 그게 국민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10년이 됐고 다시 그 10년이 넘어가게 된 것이지. 난 프로그램은 시작과 끝을 정해놓고 시작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 계속 그렇게 하다 보니까 나로서는 ‘가족오락관’이 나에게 맞는 프로그램이라 생각됐고, 욕심나는 프로그램이 됐지.” 그렇게 한 우물만을 진득하게 파 온 허참에게 ‘가족오락관’은 자신의 인생을 대변하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나 자신에게 맞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 이상 좁은 땅에서 아끼면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타 방송국의 러브콜을 마다하고, 게스트도 마다하고 ‘가족오락관’에 혼신의 힘을 다했지. 프로그램의 내용이 미흡하면 내 아이디어와 정열을 쏟아가면서 말야. ‘가족오락관’이 주 수입원이 되지 못해 행사를 뛸망정 더 이상 다른 프로그램에 눈을 돌린다던지 하지 않았어.” 3월중에는 그가 출연한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 방송분도 전파를 탄다. 무려 34년만의 MBC 출연인셈이다. “사실은 출연을 망설였었어. KBS인 줄 나갔는데 알고보니 MBC더라고(웃음). 전두환 시절에 청와대 행사 간 에피소드 등 70년대 방송 얘기들을 들려주고 왔지. 참 거기는 어떤 명제를 하나 던져야만 한다고 해서 영화배우가 하고 싶다는 말을 했더니 끝에 강호동이 ‘하지 말아라’라고 명쾌하게 해답을 내리더라고 껄껄.” 그는 꾸준히 ‘가족오락관’이 장수할 수 있었던 연유에 대해 국민들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 답한다. “첫째는 국민들의 사랑이지. 만약 그 사랑이 식어가는 듯하면 빨리 재미난 코너를 구성해서 보충하면 된다고 봐. 피가 모자라면 수혈로 보충하듯이 말야. 작가, 연출자, 진행자가 삼위일체가 돼어서 끊임없이 공부를 해나가야 돼.” 허참은 현재 KBS에서 김동건 아나운서와 송해를 비롯해 최상등급의 MC다. 단순히 인기를 받은 프로그램의 진행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여기 오기까지 숱하게 흘린 땀과 노력이 만들어낸 인생의 결정체인 셈이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프로그램의 진행을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 “재미있게 프로를 진행하다보면 나도 재밌고, 세상도 웃게 돼. 웃음 하나만 해도 때때로 지친 생활에 활력소가 되거든. 끝이 어딘지 모르지만 38년의 방송생활을 계속 걸어온 것처럼 최선을 다해 그냥 쭉 걸어가려고 해. 다만 걸어가는 모습을 뒤로 보지 말고 앞에서 당겨주었으면 좋겠어. 그 주인공은 시청자가 될 수도 주변인이 될 수도 있겠지(웃음).” yu@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