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 홈런왕, 1군 실패', 올해는 끊길까
OSEN 기자
발행 2008.03.04 14: 39

[OSEN=이상학 객원기자] 지난해 LG 김상현은 주전 3루수로 기대를 모았다. 2006년 상무 소속으로 2군에서 타율 3할6푼3리·23홈런·70타점·67득점으로 맹활약하며 홈런·타점·득점 타이틀을 휩쓸었다. 특히 23홈런은 2군리그 한 시즌 최다홈런이었다. 군 제대 후 팀에 복귀했을 때 LG가 그에게 거는 기대는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때마침 LG는 3루수 포지션과 함께 오른손 거포에 대한 갈증이 있는 상황이었고 김상현이 적임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김상현은 기대치를 크게 밑돌고 말았다. 데뷔 처음으로 2군에 가지 않고 풀타임 1군 멤버로 활약한 건 작은 성과였지만 팀의 기대치와는 거리가 있었다. 121경기에서 타율 2할3푼5리·7홈런·41타점에 그쳤다. 전반적인 개인 기록들이 군입대 전보다도 못했다. 주전 3루수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시즌이 끝날 쯤에는 백업멤버가 되어있었다. 2군리그 최다홈런의 기록은 1군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예비역 첫 시즌이라는 걸 감안해도 아쉬움이 남는 활약이었다. 비단 김상현뿐만 아니었다. 고교 시절 이승엽과 라이벌이었던 김승관도 2군에서 최고 홈런타자로 명성을 떨쳤지만 1군에서는 활약이 거의 전무했다. 김승관이 2군 홈런왕을 차지한 2003년 이승엽은 아시아 한 시즌 최다홈런을 기록했다. 김승관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롯데에서 방출된 뒤 새 팀을 구하지 못해 사실상 은퇴의 길을 길었다. 2군을 대표한 홈런타자였던 임노병과 이승준도 1군에서는 이렇다 할 족적을 남기지 못하고 은퇴했다. 강병식(우리)이나 최길성(롯데)도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 대다수 2군 홈런왕들이 1군 무대에서 실패한 데에는 2군과 1군의 수준 차이에서 오는 부적응에서 비롯된다. 김상현의 경우에는 아직 실패작으로 단정할 수 없지만 2군에서 압도적인 타자였던 만큼 예비역 첫 해 부진이 실망스러웠다. 김승관이나 임노병처럼 1루수라는 제한된 포지션으로 충분한 기회를 잡지 못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강병식과 최길성도 1루수다. 김상현 역시 상무에서는 외야수로 활약했지만, LG에서는 수비 부담이 비교적 큰 3루수로 뛰는 바람에 타격에도 적잖은 지장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역대 2군 홈런왕들이 1군에서 실패했거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2군 홈런왕들이 올해 1군 무대 도전장을 던져 주목된다. 지난해 22홈런으로 2군 리그 공동 홈런왕에 오른 박석민·최형우·곽용섭이 주인공들로 상무·경찰청에서 제대, 모두 다 삼성으로 복귀했다. 이들은 삼성의 야수진 세대교체를 이끌 주역으로 1군 무대에서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 박석민은 선동렬 감독으로부터 전경기 출장을 보장받았을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최형우도 전지훈련에서 성장세가 만만치 않음을 입증했다. 박석민은 주전 3루수가 유력하고, 최형우는 외야의 한 자리를 노리고 있다. 곽용섭도 1군 멤버가 되겠다는 의지다. 과연 이들이 2군 홈런왕 출신 1군 실패사를 끊고 새로운 성공사를 써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지난해 춘천서 열린 2군 올스타전 홈런레이스 출전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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