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브래든턴, 김형태 특파원] "한 번 더 해봐야 할 것 같아요". '해적선'에 승선한 김병현(29.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이 캠프 합류후 처음으로 타자를 세워놓고 공을 던졌다. 김병현은 5일(이하 한국시간) 잔뜩 흐린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의 매케니필드에서 시뮬레이션 게임(라이브 피칭)을 실시했다. 이날 오전 동료들과 함께 몸을 푼 김병현은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불펜에서 공 30개 정도를 던지며 투구감을 조율했다. 이어 정식 필드로 이동, 마운드에 올라 5명의 타자를 상대로 역시 30개의 공을 뿌렸다. 70∼80%의 힘으로 주로 직구를 구사했으며 슬라이더 3∼4개, 체인지업 1∼2개를 시험했다. 김병현은 초반 컨트롤 난조(?)를 겪었다. 공 5개 정도를 던지는 동안 배팅 케이지의 타자가 손을 대지 못할 만큼 스트라이크존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 "공을 뿌린 지 2주밖에 안돼 감이 떨어졌다"는 게 김병현의 설명. 그는 "초반에는 전체적으로 적응이 되지 않아 힘들었는데, 몇 번 공을 던져보니 나중에는 몸이 풀렸다"고 말했다. 컨디션이 오르지 않은 상태였지만 김병현의 생소한 투구폼에 피츠버그 타자들은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아 외야로 뻗어간 타구는 몇개 안됐다. 이날 김병현은 예정 시간보다 다소 늦게 시뮬레이션게임에 나섰다. 타자들의 타격 훈련이 지체돼 1시간 가량 늦게 마운드를 밟았다. 밑에서 위로 뿌리는 김병현 특유의 '잠수함 피칭폼'에 익숙하지 않은 피츠버그 코치진은 김병현과 잠시 대화를 나누더니 투수보호용 철망을 뒤늦게 치웠다. 투수보호용 철망은 아랫부분이 가려진 반면 오른쪽 윗부분은 트여 있어 오버핸드 투수들에게나 적합하다. 김병현은 투구를 마친 뒤 "아직 경기에 나서려면 더 준비가 필요하다. 시뮬레이션게임을 한 차례 더 소화해야 등판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투구 연습이 늦어진 까닭에 좀 더 투구감을 가다듬은 뒤에야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피츠버그는 원래 지난 4일과 오는 7일 시뮬레이션 게임을 실시하는 것으로 김병현의 훈련 일정을 잡았다. 그러나 4일 피칭이 하루 늦어진 점을 감안하면 김병현은 8일쯤 타자를 상대로 한 번 더 투구한 뒤 다음주초 그레이프프루트리그 시범경기 등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지시간으로 4일이던 이날 아침 김병현은 작은 소동을 겪었다. 전날 코치로부터 "8시30분에 훈련을 시작한다"고 전해들은 김병현은 그 시각에 맞춰 경기장에 나섰다. 그러나 훈련은 이미 8시 15분에 시작한 상태였고, 닐 헌팅턴 단장과 존 러셀 감독은 "왜 늦었느냐"며 김병현을 추궁했다. 김병현이 대화를 통해 자신은 지시를 받은대로 이행했을 뿐이라고 또박또박 설명하자 그제서야 헌팅턴은 "우리의 실수인 것 같다"며 사과했다고 한다. 코치의 전달 과정에서 잠시 착오가 있었을 뿐이지만 피츠버그라는 구단의 조직 체계가 다소 엉성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