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발'이 아니라 '경험'이 가장 높은 신뢰를 받았다. 5일 발표된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2008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 24명의 최종 엔트리는 젊은 선수들의 기동력보다는 국내외의 다양한 경기 경험이 적극적으로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당초 김 감독은 젊고 빠른 기동력을 앞세워 상대 진영을 흔들어 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KBO 전력분석팀의 조언과 마지막 올림픽이 될 수도 있는 베이징 티켓을 반드시 따야 한다는 절박함이 결국 경험 쪽으로 돌아서게 만들었다. 결국 수없이 많은 경기를 통해 터득하고 습득한 노하우가, 상대의 작전과 견제에 따라 기복이 있을 수 있고 실패했을 때 큰 충격이 가해지는 '발야구'의 단점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다. 우선 우완·좌완·언더핸드 등으로 고르게 구성된 투수진은 손민한(33, 롯데)과 김선우(31, 두산)를 중심으로 꾸렸다. 당초 영건으로 허리 역할을 충분히 해줄 것으로 믿었던 안영명(한화)을 비롯해 조용훈(우리) 장원준(롯데) 임태훈(두산) 등은 탈락했다. 손민한은 지난 시즌까지 3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올리며 통산 85승을 쌓은 전국구 에이스다. 힘으로 윽박지르기보다는 강약을 앞세워 타자를 요리할 수 있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경험도 반영됐다. 김선우는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로 맹활약하며 다양한 국제 경기 경험을 쌓았다. 뿐만 아니라 팀 내에서 유일하게 메이저리그를 경험해 생소한 상대국가의 전력 파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3년차로 접어드는 류현진(20, 한화)은 비록 어린 나이에도 400이닝(412⅔이닝)을 소화하며 35승을 거뒀다. 또 황두성·장원삼(이상 우리) 권혁(삼성) 김광현(SK) 등은 선발과 롱릴리프를 모두 경험한 것이 인정됐다. 이들은 연일 열리는 경기와 매 순간이 중요한 단기전이라는 점에서 언제라도 투입할 수 있고 오래 끌고 갈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마무리 정대현(SK)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비롯해 대륙칸컵, WBC 등 다양한 국제 경험을 쌓았다. 타선은 정근우(26, SK) 민병헌(21, 두산) 이대형(25, LG) 등 소위 '베이스 도둑'들을 과감하게 포기했다. 이대형은 지난해 53개의 도루로 이 부문 정상에 올랐고 민병헌이 30개, 정근우가 24개를 기록했다. 대신 이승엽(32, 요미우리)의 가세로 더욱 든든한 타순을 구성하게 됐다. 수술한 왼손 엄지가 거의 완쾌된 것으로 알려진 이승엽은 2004년부터 일본 프로야구를 경험하며 115개의 홈런을 쏘아올렸다. 아시아 거포라는 상징성만으로도 상대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다. 또 1차 예선에서 부진했던 김동주(32, 두산), 이대호(25, 롯데)와 함께 구성될 클린업 트리오에 파워를 실을 수 있게 됐다. 어깨 부상이던 박진만(32, 삼성)은 완전히 100% 전력은 아니지만 '내야 수비의 핵'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을 인정받았다. WBC에서도 상대 국가 선수들이 혀를 내둘렀을 정도로 완벽한 수비를 뽐낸 바 있다. 1차예선에서 빠졌지만 WBC를 통해 '국민 외야수'로 거듭난 이진영(28, SK)이 기용됐고 2006 아시안게임 등에서 활약한 국가대표 출신인 이택근(28, 우리) 등이 포함됐다. 1차예선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친 이종욱(28, 두산)도 톱타자로 활약할 예정이다. 포수 역시 패기의 강민호(23, 롯데)가 빠지고 다양한 투수 리드 경험을 보유한 조인성(33, LG)과 진갑용(34, 삼성)이 낙점됐다. '발'을 버리고 '경험'을 선택한 김경문호는 오는 7일 오후 1시반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대결로 3장 남은 베이징행 티켓에 도전장을 내민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