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부터 안정적으로 운영되던 ‘선발투수 예고제’가 변경될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올 시즌 도입된 ‘무제한 연장전’의 후유증을 걱정하는 현장 감독들 가운데서 선발 예고제를 늦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투수 출신인 선동렬(45) 삼성 감독은 최근 일본 오키나와 전훈지서 만난 자리서 ‘무제한 연장전’ 도입 결정에 “1군 엔트리를 늘려야 한다”면서 “선발 투수 예고제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선 감독은 “그동안 전날 경기가 끝나면 곧바로 발표했던 다음날 선발 투수를 연장전에 들어가면 못할 수도 있다. 엔트리가 늘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연장전이 길어지게 되면 다음날 선발 예정 투수를 미리 끌어다가 등판시키는 일도 생길 수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다음날 선발 투수는 밤새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날 정오 쯤에나 결정날 수 있다”며 선발 예고 시점을 늦추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 감독은 “시범경기가 끝난 뒤 열릴 감독자 회의에서 선발 예고제의 변경을 얘기해 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프로야구에 선발투수 예고제가 도입된 것은 1998년이며 2000년 일부 감독들이 반대 의사를 밝혀 중단됐다가 2001년부터 다시 시행해오고 있다. 한편 대부분의 현장 감독들은 지난 2월 19일 KBO 이사회에서 결정된 ‘무제한 연장전’의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들이다. 감독들은 “선수층이 얇은 우리 실정을 감안하지 못한 결정이다. 1, 2군간의 실력차가 커 1군 선수들의 부상 우려가 높다. 당장 올 시즌부터 시작한다면 1군 엔트리를 현행 25명보다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구단 측은 “팬서비스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또 2군 선수들에게 1군 출전의 기회가 넓어지고 투수 교체 횟수가 적어져 경기시간의 단축 효과가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이사회의 결정에 앞서 처음 ‘무제한 연장전’의 도입을 논의했던 단장회의에서는 5-3으로 찬반이 비슷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열린 이사회에서 로이스터 감독이 ‘팬을 위해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롯데가 찬성쪽으로 돌아서면서 6-2가 돼 도입이 결정됐다는 후문이다. 대부분 감독들은 ‘무제한 연장전’의 전격 도입에 부정적인 가운데 ‘선발 투수 예고’ 시점이 변경될 것인지 주목된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