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지난해 프로야구의 화두는 스피드였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4개 팀 가운데 3개 팀이 도루 부문 4위 안에 들었다. 탈꼴찌에서 5위로 발돋움한 LG도 팀 도루 3위에 오르며 시즌 막판까지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렸다. 반면 한화를 제외한 도루 부문 하위 4개 팀 가운데 3개 팀이 포스트시즌에서 탈락했다.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SK와 두산은 스피드 야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뛰고 훔치고 달리는 스피드 시대에서 주목받는 건 역시 베이스를 훔치는 대도들이다. 스피드 시대의 도래와 함께 도루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008시즌 프로야구 도루왕 판도를 전망한다. ▲ 이대형, 2연패 도전 지난해 중반까지 이대형의 도루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었다. 풀타임 톱타자로 자리매김한 첫 해부터 ‘질주 본능’을 뽐냈다. 시즌 92경기째까지 46도루를 기록하며 이종범 이후 11년 만의 한 시즌 60도루를 돌파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산술적으로도 60도루를 상회하는 페이스였다. 그러나 이대형은 이후 33경기에서 7개의 도루를 추가하는 데 그쳤다. 53도루로 도루왕을 차지했지만 도루성공률은 72.6%로 평범했다. 시즌 중반부터 상대 배터리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으며 움직임이 둔화되더니 도루를 저지당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지난해 경험으로 이 부분이 보완됐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LG 김재박 감독은 전체적으로 약화된 팀 타선을 메울 키워드로 스피드를 꼽았다. 광활한 잠실구장을 활용, 뛰는 야구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김 감독도 이대형의 활약에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이대형도 풀타임 톱타자 2년차를 맞아 한층 더 농익은 플레이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왼손 투수를 상대하는 요령이나 갖다 맞히는 능력이 발전해 출루하는 기회가 늘어난다면, 자연스레 도루 숫자가 증가할 것이다. 지난해 막판 부족했던 경험을 살려 상황판단 능력을 키운다면 도루왕 2연패도 꿈이 아닐 것이라는 게 LG의 기대. 역대 2연패에 성공한 도루왕은 김일권·이순철·이종범·정수근이 있다. 이대형이 이들을 잇는 대도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 두산, 30도루 트리오 지난해 두산은 프로야구 사상 첫 한 시즌 30도루 트리오를 배출해내며 스피드 야구의 진면목을 과시했다. 도루 1위 이대형에 이어 이종욱(47개)·고영민(36개)·민병헌(30개)이 차례로 이 부문 2~4위에 랭크됐다. 이종욱은 2006년 도루왕 출신이고 고영민과 민병헌도 달리는 것을 즐겼다. 세 선수가 합작한 도루숫자만 해도 무려 113개였으며 도루성공률도 77.4%에 달했다. 김경문 감독은 이들에게 그린라이트를 부여하며 마음껏 달릴 수 있도록 권장하고 또 배려했다. 김 감독은 궁극적으로 빅볼을 추구하지만, 선수들이 도루하는 것은 오히려 장려했다. 올해 키워드는 민병헌이다. 김 감독은 올해 민병헌을 톱타자로 승격시키고, 이종욱을 2번에 배치시킬 계획을 잡아두었다. 1번 민병헌-2번 이종욱-3번 고영민으로 이어지는 막강 발야구 트리오다. 일단 민병헌에게 많은 도루 기회가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타격을 향상시켜 출루 기회가 많아지면 도루왕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 이종욱은 공격적인 2번 타자로 기용되는 만큼 출루보다는 주자를 진루시키거나 아예 홈으로 부르는 역할이 강조된다. 도루왕 경쟁에서는 손해를 볼 여지가 있지만, 워낙 공격적 베이스러닝을 펼쳐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 고영민은 지난해 3번 타자로 활약하면서도 36도루를 기록했다. 번뜩이는 주루 센스는 고영민의 최강점이다. ▲ 그 외의 후보들 지난해 스피드 야구의 돌풍의 진원지는 SK였다. SK에는 조동화와 정근우가 있다. 지난해 각각 25도루·24도루로 이 부문 5~6위를 차지했다. 특히 조동화는 도루성공률 80.6%를 기록할 정도로 베이스를 훔치는 데 남다른 능력을 발휘했다. 정근우도 2006년 이종욱과 도루왕 경쟁을 벌인 전력이 있다. 21도루를 기록한 박재상도 빼놓을 수 없는 도루왕 후보 중 하나이며 김강민도 타격이 향상되고 꾸준한 출장기회가 보장된다면 30도루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김강민은 19도루를 기록했다. SK는 선수전원이 올 시즌에도 적극적으로 뛰고 훔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의 선수로는 롯데 김주찬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22도루로 이 부문 7위를 차지했다. 2004년에는 44도루로 이 부문에서 2위도 차지했다. 발이 빠르고, 베이스러닝에 매우 적극적이다. 김주찬과 함께 그동안 뛰는 기회가 원천봉쇄된 정수근의 대도 부활도 기대된다. LG 박용택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05년 4번 타자 도루왕 수상으로 주목받았던 박용택은 도루센스는 리그 최정상급이다. 통산 도루성공률이 무려 82.9%. 지난해에도 20도루를 성공시키는 동안 도루 실패는 2차례밖에 없었다. 다만, 올해 중심타자로 맡은 역할이 큰 만큼 도루보다는 한 방에 매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