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 정민태(38)를 원한 이유는 무엇일까. 조범현(49) KIA 감독은 우리 히어로즈에서 자유계약선수로 방출된 정민태의 영입을 지난 6일 구단에 요청했다. 구단은 자체회의를 통해 영입을 결정, 정민태와 접촉을 갖고 입단 협상을 갖는다. 변수가 없다면 정민태의 KIA행은 결정적인 상황이다. 무엇보다 정민태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였던 조 감독이 영입을 원한 이유는 구위가 좋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구위를 회복한다면 5선발로 7~8승을 거둔다면 기대치에 충족할 수 있다. 정민태의 몸값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1억 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구단에서도 영입비용 부담이 크지 않다. 더욱이 조범현 감독은 정민태에게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다. 지난 2003년 신인 감독으로 SK를 이끌고 당시 최강 현대 유니콘스와 한국시리즈에서 격돌을 벌였다. 한때 2승1패로 앞섰고 7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그러나 막판 7차전에서 정민태의 벽을 넘지 못하고 분루를 삼켰다. 정민태는 7차전에서 단 2안타만 내주고 7-0 완봉승을 거두었다. 정민태는 SK를 상대로 1차전, 4차전, 7차전까지 모두 3승을 거두고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결과적으로 당시 조범현의 SK는 정민태의 구위에 무릎을 꿇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SK는 아쉬움을 곱씹고 준우승에 만족했다. 이후 두 사람은 돌고 돌아 5년 만에 KIA라는 울타리에서 스승과 제자로 만남을 앞두고 있다. 조 감독은 정민태의 풍부한 경험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특히 마음속 한 켠에는 정민태의 5년 전 한국시리즈 호투가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KIA 투수진 가운데 한국시리즈 경험을 가진 선수는 노장투수 이대진에 불과하다. 그것도 11년 전인 97년이다. 정민태의 큰 경기 노하우가 후배들에게 전수만 된다면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