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따스한 봄기운과 함께 프로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2008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8일부터 23일까지 16일간 팀당 14경기씩 총 56경기로 야구팬들을 찾아간다. 정규경기보다 긴장감이 덜하지만 겨우내 훈련의 성과를 검증할 수 있고, 주목받는 선수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범경기가 갖는 매력은 크다. 시즌 개막에 앞서 치러지는 ‘리허설’이라는 점에서 각 팀들의 성적도 관심의 대상이다. 프로야구 시범경기-정규리그의 상관관계와 올해 시범경기 변수를 짚어본다. ▲ 시범경기 1위, 우승·꼴찌 확률 28% 시범경기는 말 그대로 시범경기다. 하지만 어느 정도 팀 전력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임에는 분명하다. 주머니 속 송곳처럼 강한 전력을 감출 수는 없다. 1987년 해태, 1992년 롯데, 1993년 해태, 1998년 현대, 1999년 한화, 2002년 삼성 그리고 지난해 SK가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시범경기 1위팀의 우승 확률은 28%. 그러나 시범경기 1위팀이 최하위로 추락하는 경우도 많았다. 1984~85년 삼미, 1986년 빙그레, 1989년 MBC, 1990년 OB, 1997년 롯데, 2006년 LG가 그랬다. 시범경기 1위팀의 최하위 추락 확률이 공교롭게도 우승 확률과 같은 28.0%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시범경기 1위팀의 최하위 추락은 1990년대 이후에는 불과 3차례밖에 되지 않았다. 반면 같은 기간 시범경기 1위팀의 우승은 6차례나 있었다. 빈약한 전력을 감출 수 없는 것처럼 시범경기 최하위가 정규리그 최하위로 이어지는 경우도 빈번했다. 1991년 OB, 1992년 쌍방울, 2001년 롯데, 2003~2004년 롯데가 바로 그 불명예의 팀들이다. 물론 1984년 롯데와 1988·1996년 해태처럼 시범경기 최하위였음에도 불구하고 시즌 후 우승을 차지한 저력의 팀들도 있었다. 최근에는 2005년 두산과 2006년 한화가 시범경기에서는 최하위였지만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해 준우승을 차지하는 뒷심을 발휘했다. ▲ 2000년대 시범경기 1위팀 PS행 77.8% 2000년대 이후 시범경기는 작지만 나름대로 의미있는 상관관계를 발견할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시범경기 1위팀이 포스트시즌에 탈락한 것은 2005년 롯데와 2006년 LG밖에 없다. 2002년 시범경기 공동 1위팀 삼성과 현대를 포함해 나머지 7개 팀은 모두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은 무려 77.8%에 달한다. 그러나 2000년대 이전까지 시범경기 1위팀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은 절반도 되지 않는 41.2%였다. 2000년대 이후에는 시범경기 성적이 정규리그에서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고 시범경기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팀들의 의지가 점점 더 반영되고 있다. 물론 2000년대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롯데와 LG는 함부로 예단할 수 없다. 2000년대 첫 시범경기 1위팀 포스트시즌 탈락을 경험한 2005년 롯데는 시범경기 돌풍을 시즌 중반까지 이어갔지만 결국 5위로 시즌을 마치며 가을잔치에 나가지 못했다. 2006년 LG는 8승2무1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시범경기 1위에 오르고도 정작 시즌 뚜껑을 연 뒤에는 하위권으로 추락하더니 창단 첫 최하위라는 수모를 당했다. 지난해에도 롯데와 LG는 알 수 없는 행보를 거듭했다. 롯데는 시범경기에서 2위로 꽤 선전했지만 시즌은 7위로 마쳤고, 시범경기 최하위였던 LG는 5위로 발돋움하며 비교적 선전했다. ▲ 2008년 시범경기 각종 변수에 주목 1983년 처음 시작된 시범경기도 올해로 26번째를 맞이한다. 올해 시범경기는 어느 때보다 많은 변수에 시선이 쏠린다. 가장 큰 변수는 역시 베이징 올림픽 최종예선에 참가하고 있는 주축 선수들의 공백이다. 특히 대표팀을 이끄는 김경문 감독의 두산은 수장없이 시범경기를 치러야 한다. 박종훈 2군 감독이 김 감독의 자리를 대신하지만, 2006년 한화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차출된 김인식 감독의 부재로 시범경기에서는 맥 못춘 전례가 있다. 각 팀을 대표하는 간판스타들이 하나둘씩 빠진 만큼 대체선수들이 얼마나 활약할 수 있을지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제8구단 우리 히어로즈는 연봉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주축 선수 9명이 시범경기에서 뛰지 못하게 됐다. 송지만·이숭용·김동수·전준호·조용준·신철인·이상렬·이택근·황두성 등 무려 9명이 연봉 줄다리기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우리는 사실상 주전급들을 제외한 채 시범경기를 치를 것이 유력하다. 시범경기 성적을 떠나 시즌 구상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올 시즌부터 무승부 제도가 폐지되며 선수층 강화가 키워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시범경기에서 흙속의 진주를 발굴해내는 것이 시즌 후 페넌트레이스에서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래저래 2008년 시범경기는 각종 변수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