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개최' 韓은 웃고, '이념 굴복' FIFA는 울었다
OSEN 기자
발행 2008.03.08 08: 48

정치적 이념에 FIFA(국제축구연맹)도 두 손을 들 수 밖에 없었다. 말 많고, 탈도 많던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남북전이 중국 상해 개최로 매듭지어졌다. 지난 7일 대한축구협회는 "이날 오후 FIFA가 오는 26일 평양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북한과의 예선전 경기를 상해서 열도록 하자는 중재안을 보내왔다"고 공식 발표했다. 명분도, 실리도 얻기 어려운 북한의 고집이 결국 '제3국 개최'라는 최악의 결론으로 치달았다는 지적이다. 적대 국가인 미국의 성조기와 국가를 허용한 북한은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는 끝까지 "No"로 일관했다. 당연한 홈 어드벤티지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북한의 정치적 특수성은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나 겉으로만 민족 화합과 단결을 부르짖는 모습과 묘한 대조를 이루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나름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 "한반도 기와 아리랑으로 대체하자"는 북한의 억지 논리와 일방 통행식 주장에 예전처럼 굴복하지 않았다. 조중연 부회장 등 남측 대표단은 지난달 5일과 26일 개성에서 가진 두 차례 실무협상에서 "태극기와 애국가를 포기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분명히 했고, 여기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한때 FIFA가 국기 및 국가 문제를 'FIFA기 게양과 FIFA가 연주로 한다'는 일각에서 제기된 시각에도 축구협회는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반면 북한의 논리에 끌려간 FIFA는 단단히 망신살이 뻗혔다. '월드컵 예선전에는 양국 국기가 게양되고, 국가를 연주해야 한다'는 FIFA 규정 제22조를 스스로 포기한 꼴이 됐다. 더구나 축구협회가 받은 통보에 의하면 북한에 내려진 징계는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 조심스레 제기됐던 몰수패나 회원 자격 박탈 등 FIFA는 북한에 홈 경기 거부로 인한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북한에 징계는 없는 것으로 안다. TV 중계권과 광고 수익도 그대로 챙겨간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폐쇄적인 국가라는 것을 세계에 다시금 알린 것을 제외하면 아무 피해가 없는 셈이다. 물론 상해 개최로 한국이 얻는 이득은 많다. 우려했던 인조잔디 적응 문제를 해결했고, 선수단 숙소와 팬들의 응원까지 비교적 유리한 환경에서 100% 정상적인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축구협회 관계자들은 "이념을 배재하고 스포츠 정신에 입각하자는 우리 입장에 FIFA는 곤혹스러워 했다"면서 "평양 원정 무산은 아쉽지만 북측 주장에 끌려다니지 않고 우리식 논리를 펼친 데 만족한다"고 말했다. yoshike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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