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참 4인방, 구단의 '이중적 태도'에 비애
OSEN 기자
발행 2008.03.09 09: 29

비애감이 더 커진다. 새 직장을 구하는 데 성공하기 직전인 우완 투수 정민태(38)를 봐도 그렇고 나이 어린 후배들이 사인하는 것을 봐도 그렇다. 제8구단 우리 히어로즈의 연봉 미계약자로 남아 있는 베테랑 고참 선수들의 심정이 그렇다. 구단으로부터 60~80%까지 삭감안을 제시받은 채 도장찍기를 압박받고 있는 고참선수 4명의 심정이 착잡하다. 한국 야구 최고참 타자인 포수 김동수(40), 외야수 전준호(39), 1루수 이숭용(37), 외야수 송지만(35) 등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요즘 ‘나이 많고 돈 많이 받은 게 죄’라는 비애감에 빠져있다. 안팎의 소식에 마음 가누기가 쉽지 않다. 구단과 진통 끝에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정민태는 SK와 KIA의 부름을 받고 고민하다가 KIA에 골인하기 직전이다. 정민태는 연봉은 신경쓰지 않는다는 자세로 명예 회복만을 벼르고 있다. 정민태는 나가서 잘돼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기지만 히어로즈 구단의 ‘이중적인 태도’에 고참선수들은 더욱 화가 난다. 앞으로 돈 될 것 같은 젊은 선수들에게는 성적표대로 연봉을 올려주는가 하면 주축이 될 신예들에게는 소폭 삭감안을 내밀어 도장을 받고 있다. 올 시즌을 마치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정성훈에게는 파격적으로 1억 원을 올려줘 3억2000만 원에 사인했고 FA 시장에 나가면 대우를 받을 것이 확실한 우완 선발 투수 김수경은 6000만 원 삭감한 3억4000만 원에 재계약했다. 또 현재 대표팀의 일원으로 베이징 올림픽 최종예선(대만)에 참가 중인 신예 스타들인 좌완 투수 장원삼과 외야수 이택근은 2000만 원 이상씩 올려줬다. 지난해 성적이 부진해 삭감 요인이 있는 젊은 주축 선수들은 소폭 삭감(1000만~2000만 원)으로 대신했다. 그러니 ‘왕창 삭감’을 통보받은 고참 선수들이 무슨 의욕이 나겠는가. 김동수(3억원→6000만 원) 전준호(2억5000만 원→7000만 원), 송지만(6억 원→2억 원)의 경우가 그렇고 지난해 3억5000만 원을 받은 이숭용은 구단과 첫 대면부터 ‘시장에 내보내 달라’고 요구해 제시액이 없다. 이숭용은 두산 홍성흔과 트레이드 카드로 나오기도 했으나 김경문 두산 감독의 거절로 무산된 상태다. 이들은 히어로즈에게만 개정된 규약을 적용, ‘무제한 삭감’을 감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선수협을 통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이들은 “정민태처럼 지금 자유계약선수로 시장에 나간다고 해도 데려갈 팀이 있겠는가. 대부분 팀들이 올 시즌 전력구상을 마친 상황에서 난감하다”면서 “앞으로 2~3년은 충분히 젊은 선수들 못지 않게 뛸 수 있는데 구단에서 너무 한다”며 답답해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월 구단 매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을 때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연봉을 백지위임했지만 그 때는 최대 삭감폭이 40%였고 지금처럼 막무가내식 삭감을 통보 받을 것으로는 상상하지 못했다. 하나같이 성적상으로는 젊은 선수들보다 못할 것이 없었고 ‘100% 고용승계’차원에서 양보를 한다 해도 30% 삭감 정도를 예상했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구단 비용절감을 위해서는 ‘고액연봉인 고참들이 희생해야 한다’며 밀어붙이기를 계속하고 있다. 결국 이들 고참들은 연봉 미계약자로 현재까지 남아 지난 8일 시작된 시범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한 채 답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팀의 주축인 이들의 공백으로 이미 전력이 타구단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히어로즈가 과연 어떤 해법을 내놓을 것인지 궁금하다.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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