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과 후보의 기량 차이를 줄여라!'. 지난 8일 열린 디펜딩 챔피언 SK와 준우승팀 두산간의 올 시즌 첫 시범경기 대결 화두는 단연 '선수층'이었다. 제주도 오라구장에서 열린 이날 경기는 SK가 5-1로 완승을 거뒀지만 경기 결과를 떠나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의 활약에 관심이 모아졌다. 시즌 중 주전들을 대신할 선수들의 기량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SK는 모창민(23)을 비롯해 김성현(21), 이성우(27) 등이 관심의 대상이었다. 성균관대 졸업 후 1억2000만 원에 2차 1순위로 지명받은 신인 모창민은 이미 김성근 감독으로부터 주전 내야수 한 자리를 낙점받은 상태다. 모창민은 이날 6번타자 겸 3루수로 나와 2회 2사 후 맞은 첫 타석에서 깨끗한 중전안타를 만들어냈다. 나주환 타석에서는 도루까지 감행, 빠른 발과 주루 센스까지 뽑냈다. 수비에서도 188cm의 큰 키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연결 동작을 보여줬다. 3년차 김성현도 돋보였다. 선발 2루수 겸 8번타자로 나온 김성현은 5회 오재원의 타구를 병살타로 연결시킨 것을 비롯해 좌우 타구에 구분없이 걷어냈다. 빠른 풋워크와 탁월한 야구센스를 지녔다는 평가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볼넷으로 걸어나간 3회에는 이성우의 좌전안타 때 3루까지 내달리는 과감하고 빠른 발을 선보이기도 했다. LG, 상무를 거쳐 2005년 SK에 입단한 이성우는 선발 포수로 나와 외국인 투수 쿠비얀을 비롯한 투수진을 리드하며 두산 타선을 8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7회에는 2루로 뛰던 두산 민병헌의 도루를 저지하기도 했다. 강한 어깨로 자자하던 소문의 실체를 스스로 증명해 보인 셈이다. 타석에서도 2개의 안타를 뽑아내 정상호와 함께 박경완의 뒤를 든든하게 받쳐줄 것으로 보인다. 두산 역시 스프링캠프 내내 젊은 선수 발굴에 힘을 쏟은 결과를 내보였다. 3루수로 나선 오재원(23)은 3회 좌익수로부터 받은 공을 정확하게 홈으로 송구, 주자를 태그아웃시켜 득점을 막아냈다. 이날 출루하지 못하긴 했지만 이미 지난 시즌 빠른 발은 공인을 받은 상태다. 중견수 겸 3번타자로 나선 유재웅(29)은 6회 펜스 앞까지 가는 깊숙한 외야타구로 거포로서 잠재력을 보여줬다. 안경현 대신 주전 1루수로 낙점받은 정원석(31)은 몇 차례 원바운드 송구를 안전하게 처리해 코칭스태프에 신뢰감을 안겼다. 신인 김재환은 7회 중전안타를 뽑아냈고 2루수로 출장한 김재호(23)도 병살타 한 개를 성공시키는 등 깔끔한 수비로 합격점을 받았다. 이미 '2군의 1군화'를 선언한 김성근 감독은 이를 사실상 완성한 단계다. 김경문 감독 대신 이날 사령탑을 맡은 박종훈 2군 감독도 이날 패배에도 불구하고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고무적인 만큼 계획대로 가고 있다"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들의 성장은 팀의 두터운 선수층과 전력으로 연결되는 만큼 SK와 두산이 왜 우승후보로 꼽히는지 그 직접적인 이유가 되고 있다. letmeout@osen.co.kr 지난 시즌 두산-SK의 한국시리즈 1차전 입장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