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에는 극장가에서 한국영화 개봉을 찾아보기 힘들다. 장편 상업영화로 개봉이 확정된 영화는 단 3편 뿐이다. 예년의 20~30% 수준에 불과하다. 아무리 극장가 춘궁기라지만 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한국영화 춘궁기다. 6일 안성기 조한선의 '마이 뉴 파트너'를 시작으로 13일 이천희 한지혜의 '허밍', 20일 권상우 송승헌 지성 김인권의 '숙명'이 마지막 순서다. 이 가운데 국민배우 안성기와 신예 꽃미남 조한선이 처음 호흡을 맞춘 '마이 뉴 파트너'는 개봉 첫 주말 성적이 썩 만족치 못하다. 2월 중순 막을 올린 신예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가 3월초까지 그 열기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개봉 13일만에 200만명 관객을 넘어선 '추격자'는 이번 주말까지 350만명을 넘어설 게 확실하다. 당초 배급사인 쇼박스는 '추격자'의 설연휴 개봉을 고려했다. 김윤석 하정우 캐스팅에 신인 감독의 이름, 호러 스릴러 장르의 시나리오에 다른 배급사들이 고개를 내저을 때, '촬영 장면들을 보고는 확실히 감이 왔다'는 설명이다. 대형 사고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던 배급사는 명절 분위기에 맞지않는 '추격자'를 그 다음주 개봉으로 미루는 대신, 한국영화 수급이 거의 없는 2, 3월을 계속 밀어붙인다는 전략을 짰고 거의 들어맞는 분위기다. 현재 '추격자'의 바통을 이어받을 영화는 '숙명'이 손꼽힌다. 일부 관계자만 지켜본 편집 시사후, 입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아주 잘나왔다'며 엄지 손가락을 추켜세우고 있다. 한류스타 송승헌의 제대후 첫 복귀작인데다 역시 한류스타인 권상우의 첫 악역 영화, 그리고 '뉴하트'로 인기몰이에 나선 지성이 가세했다. 여기에 연기파 김인권의 감초 연기까지 덧붙였고 '파이란' 각본을 쓴 김해곤 감독의 연출력도 노련하다. 결국 사상유례없는 한국영화 춘궁기의 맥은 '추격자'에서 '숙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부익부 빈익빈의 경향이 더 심해질 조짐이다. 옛날 춘궁기 때도 당연히 없이사는 민초들이 더 배가 고팠고 굶주렸다. 요즘 한국영화 춘궁기가 딱 그 모양이라 영화팬들의 안타까움이 더하고 있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