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의 선수운용이 돋보인 한판이었다. 한국은 9일 대만 윈린 도우리우 구장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 최종예선 멕시코와 3차전서 8회에만 대거 4점을 집중시켜 6-1로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는 4번 타자 김동주가 없는 가운데서 이뤄내 더욱 의미가 깊다. 김동주는 허벅지 통증이 있어 이날 출장이 불가능했던 데다 모친의 병세가 악화돼 10일 오전 귀국할 예정이다. 김경문 감독은 김동주 대신 정성훈을 주전 3루수로 기용했고 5번을 맡던 이대호를 4번으로, 5번자리에는 이택근을 배치했다. 김 감독의 앞을 내다본 선수 운용은 1-1로 팽팽하던 6회부터 빛을 발했다. 한국은 4회 이승엽의 중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올렸다. 하지만 4회까지 온갖 고비에도 꿋꿋하게 무실점으로 버티던 김광현이 상대 오헤다에게 좌월 동점 솔로포를 허용해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았다. 6회 이용규가 볼넷으로 걸어나가며 다시 분위기를 만든 한국은 1사 1, 2루에서 이대호의 우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성 안타에도 불구하고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이용규가 이대호의 공이 잡히는 것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해결사는 이택근이었다. 이택근은 상대 투수 실바의 공을 의도적으로 밀어쳤다. 곧바로 홈송구가 이뤄졌지만 빠른 발을 가진 이용규의 재치있는 슬라이딩은 득점과 연결됐다. 팀을 위한 이택근의 희생플라이가 빛을 발한 것이다. 2-1로 살얼음 리드를 지키던 8회에는 무사 1, 2루에서 이승엽의 적시타로 한 점을 달아났다. 계속된 공격에서 6회 대주자로 나섰던 이종욱은 우중간을 완전히 꿰뚫는 2타점 3루타로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여기에 앞서 희생플라이를 날린 이택근은 다시 한 번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특히 이종욱과 고영민은 9회초 마지막 수비에서 잇따라 호수비를 펼쳐 김 감독의 얼굴을 활짝 피게 만들었다. 이종욱은 좌익 선상 위에 떨어지는 공을 빠른 발과 정확한 판단력을 앞세워 가뿐하게 잡아냈다. 고영민은 중견수와 2루수 뒤에 떨어지는 빗맞은 타구를 끝까지 좇아 역동작으로 잡아냈다. letmeout@osen.co.kr 멕시코전 9회초 1사 후 2루수 고영민이 플라이를 잡아내자 중견수 이택근이 웃으며 부축해 주려 하고 있다. /윈린=김영민 기자ajyoung@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