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대만 윈린 도우리우구장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최종 예선 3차전.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은 '난적' 멕시코를 꺾고 3연승을 거두며 본선 진출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멕시코 격파의 선봉장은 '특급 좌완' 김광현(20, SK). 이날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김광현은 6이닝 6피안타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성인 국가대표 무대 첫 승을 따냈다. 5회 미구엘 오헤다에게 좌월 솔로 아치를 허용한 것을 제외하면 완벽에 가까운 투구였다. 1,2회 안타를 허용하며 실점 위기에 처했지만 철벽 수비진의 도움으로 점수를 내주지 않은 김광현은 3,4회 삼자 범퇴로 깔끔하게 틀어 막았다. 5회 좌월 1점 홈런을 얻어 맞고 첫 실점한 김광현은 2-1로 앞선 7회 두 번째 투수 황두성(32, 우리)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이날 김광현의 승리는 한국 야구 대표팀의 뉴 에이스의 탄생을 알렸다. 안산공고 시절 아마 최고의 투수로 군림했던 김광현은 입단 당시 2006년 18승 6패 1세이브(방어율 2.23)를 거두며 다승-방어율-탈삼진 3관왕에 오른 류현진(21, 한화)의 '괴물' 계보를 이을 재목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3승 7패(방어율 3.62)에 그치며 실망을 안겨줬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두산의 특급 용병 다니엘 리오스(36, 현 야쿠르트)와 맞대결을 펼쳐 7⅓이닝 1피안타 2볼넷 9탈삼진 무실점으로 눈부신 호투를 선보이며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견인했다. 코나미컵 아시아 시리즈에서도 주니치전에 선발 등판해 6⅔이닝 3피안타 3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역대 코나미컵 일본전 첫 승을 거두며 괴물의 자존심을 되찾았다. 멕시코전 수훈 선수로 선정된 김광현은 공식 인터뷰를 통해 "성인 국가대표 무대 첫 승에는 의미를 두지 않는다. 지난해 코나미컵 시리즈에서는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던졌는데 이번에는 대표팀의 일원으로서 제대로 한 번 붙어보겠다는 각오로 임했다"고 밝혔다. 한국 대표팀은 각종 국제 대회마다 해외파 투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4강 신화를 이룰 수 있었던 것도 박찬호(35, LA 다저스), 서재응(31, KIA), 김병현(29, 피츠버그) 등 빅리그 출신 선수의 뛰어난 활약이 뒷받침돼 이룬 쾌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까지 '해외파 타령'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김광현의 호투는 '가뭄 뒤의 단비'처럼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김광현의 승리는 야구 대표팀의 새로운 에이스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what@osen.co.kr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