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제8구단’ 우리 히어로즈가 이제야 프로야구단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 지난 8일 롯데와 시범경기 개막전을 앞두고 선수단 유니폼과 구단 버스가 마련됐다. 연봉 미계약자들이 시범경기에 뛰지 못하고 있지만, 실체가 없는 구단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있다. 고액연봉자들과 계약도 조만간 매듭지어질 조짐. 그러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바로 팀 명칭이다. 우리담배(주)를 메인스폰서로 정했지만, 공익성을 고려해 담배를 생략한 채 ‘우리’로만 쓰다 보니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 우리가 주는 혼동 제8구단이 팀 명칭으로 우리 히어로즈를 발표한 지도 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라는 명칭은 혼동을 야기하고 있다. 많은 언론사들이 우리 대신 ‘히어로즈’를 쓰고 있다. 우리담배(주)로서는 메인스폰서를 맡은 의미가 퇴색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라는 명칭이 주는 혼란이 크다는 지적이다. ‘우리’는 말하는 이가 자기와 듣는 이 또는 자기와 듣는 이를 포함한 여러 사람과 단체를 가리키는 인칭 대명사로 일상생활에서도 수없이 쓰인다. 이 같은 ‘우리’라는 인칭 대명사를 고유명사화해 독점 사용한다면 많은 문제가 뒤따른다. 과거 우리은행도 같은 문제를 겪었고 이는 아직 매듭지어지지 않은 문제다. 9일 KIA와 시범경기를 앞둔 한화 김인식 감독은 ‘우리’라는 명칭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김 감독은 “그런 건 별로 상관없다”며 시즌 판도로 화제를 돌렸다. “SK가 가장 세다. 다음으로 두산이 강하고, 삼성이 그 밑이다. 남은 4강 한 자리를 놓고 LG·KIA·롯데 그리고 우리랑 현대가 다툴 거야.” 우리와 현대라니. 우리와 현대가 공존할 일은 없다. 김 감독이 말한 우리는 김 감독의 소속팀 한화였고, 현대가 바로 지금의 우리 히어로즈였다. 김 감독은 “난 아직 현대가 익숙하다”고 얼버무렸지만 우리라는 명칭에 혼동한 모습이었다. 이뿐만 아니다. 우리라는 명칭이 줄 혼란은 작지만 크다. 가령 김인식 감독이 “우리가 너무 못했다”고 말할 때 우리는 한화가 아니라 우리 히어로즈가 되어버린다. 적절히 가려 쓸 수 있다고 하더라도 혼선이 빚어진다. 우리라는 명칭으로 의사소통에 워낙 많은 문제가 생겨 언론사들은 우리 대신 ‘히어로즈’라는 명칭을 쓰는 것이 낫다는 분위기로 기울어지고 있다. 시시각각을 다투는 언론사들로서는 순간의 착오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비단 언론사들뿐만 아니라 야구 관계자 및 팬들도 ‘우리’라는 명칭으로 헷갈리는 경우가 많아지자 히어로즈로 통일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 적절한 대안 찾아야 우리라는 명칭을 쓰는 프로스포츠 팀으로는 여자 프로농구 우리은행 한새가 있다. 하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여자 프로농구에는 우리은행을 비롯해 KB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있다. KB 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을 ‘우리’ 은행이라고 부르는 곳은 은행업계밖에 없다. 무엇보다 우리은행은 은행이라는 명칭까지 있어 의사소통에서 이렇다 할 혼선을 빚을 일이 거의 없다. 지금도 시중은행들이 우리은행의 명칭을 놓고 법정투쟁을 벌이고 있지만 적어도 프로스포츠 팀 명칭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이다. 공익성을 고려해 ‘담배’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기로 한 우리 히어로즈로서는 팀 명칭을 놓고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그렇다면 한국야구위원회(KBO)나 우리 히어로즈에서 명칭을 통일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KBO나 우리 히어로즈에서는 ‘우리’라고 쓰고 있지만 언론사들이나 팬들은 팀 명칭을 놓고 엇갈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히어로즈’라는 명칭에 힘이 기울어지고 있는 모습이지만 이렇게 된다면 우리담배(주)가 손해를 보게 된다. 우리담배(주)는 팀 명칭 사용대가로 총 300억 원을 투자해 거액의 스폰서를 맡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메이저리그를 표방하는 우리 히어로즈라면 아예 기업명을 생략하고 ‘히어로즈’로 통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 프로스포츠 구단 중 기업명을 생략한 팀은 시민구단을 제외하면 없다. 물론 특수한 사례는 있다. 프로농구 대구 오리온스가 대표적이다. 과거 대구 동양 오리온스였던 대구 오리온스는 2003년 동양그룹의 계열 분리와 함께 동양제과(주)가 오리온(주)으로 사명을 변경하며 대구 오리온스가 됐다. 팀 명칭이 기업명이 된 셈. 우리나라 프로스포츠 고유방식대로라면 대구 오리온 ○○○가 되어야하지만, 오리온스는 명칭을 그대로 쓰며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때문에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오리온스를 동양으로 부르는 부작용도 있다. 우리 히어로즈는 자칫 더 큰 혼동을 부를 수 있다. ‘우리팀’을 응원하는 것이 생명인 프로스포츠에서 식별력이 떨어지는 ‘우리’라는 대명사를 팀 명칭으로 사용하는 데에는 감수해야 할 불편함이 많다. 적절한 대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