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 V' 황선홍-안정환, 신뢰의 '하모니'
OSEN 기자
발행 2008.03.10 10: 46

믿음과 신뢰가 이끌어낸 한 편의 드라마였다. 황선홍(40) 신임 감독이 제작하고, 11명의 선수들이 열연한 이 작품에는 안정환(32)이라는 조연급 주연 배우가 있었다. 지난 9일 오후 부산 아시아드 주 경기장에서 치러진 2008 삼성 하우젠 K리그 개막전. 부산 아이파크와 전북 현대의 격돌은 예상을 뒤엎고, 부산의 2-1 역전승으로 마무리됐다. 기나긴 '저니맨' 생활을 청산하고, 8년 만에 친정팀 부산에 안착한 안정환은 이날 선발로 출전, 최철우와 최전방 투톱을 이뤄 9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적극적인 투지와 공격적인 움직임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수비 가담도 훌륭했다. 여러 차례 위협적인 태클을 시도하는 등 공수 모든 면에서 최고의 플레이를 펼쳤다. 특히 전반 종료 직전, 한정화가 터뜨린 동점골의 시초가 됐던 직접 프리킥은 놀라웠다. 여전히 녹슬지 않은 고감도 슈팅 감각에 팬들도 일제히 탄성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부산 홈 경기 역대 최다인 3만2725명의 팬들이 열광하는 가운데 '데뷔전'을 맞은 황 감독과 '복귀전'을 가진 안정환의 표정은 긴장감이 가득해 보였다. "우리처럼 약 팀을 맞이할 다른 팀이 더 부담스러울 겁니다"며 "잠도 잘 잤다"고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이려 했던 황 감독이었지만 부산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황 감독이 많이 긴장한 것 같다"고 가슴을 졸였다. 경기전 몸을 풀러 선수 대기실에서 그라운드로 빠져나가던 안정환은 입를 악물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모습이었다. 냉정함을 유지하려는 태도였다. 그리고 90분 혈투가 모두 막을 내린 뒤에야 비로소 이들 둘의 얼굴에 진짜 환한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신뢰와 믿음이 만들어낸 하모니였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황 감독은 환호성을 지르며 승리를 만끽하는 선수들의 등을 하나하나 두드려주다가 두 손을 번쩍 치켜든 안정환이 나오자 어깨를 감싸쥐고 특별한 감정을 드러냈다.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이어진 공식 인터뷰서 "(안정환이)팀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에 100퍼센트 만족한다"고 말했던 황 감독이다. "감독이 뭘 원하는지 선수 스스로가 먼저 알고, 실천하는 선수"라는 말도 덧붙였다. 경기전 잠시 만났을 때도 황 감독은 "워낙 경험많은 선수니까 훨씬 좋아질 것이다. 당장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열심히 훈련하는 태도가 모범적이다. 고맙다"고 신뢰를 보였다. 그만큼 황 감독은 안정환을 믿었고, 그 기대에 충분히 부응했다.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가슴 뭉클한 기억을 남긴 셈이다. 새로이 시작된 올 시즌, 귀환한 스타와 신인 제작사의 '찰떡궁합'의 완결판이 기대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yoshike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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