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만큼 감수성 짙은 작곡가를 만난 적이 없다.” 친구이자 음악 동료였던 작곡가 이영훈을 떠나 보낸 가수 이문세의 말이다. 생전에 고인과 20여 년이 넘게 음악 작업을 해왔던 이문세는 헌정공연 ‘광화문 연가’를 준비 중이다. 이에 이문세는 10일 오후 2시 서울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헌정공연의 의의와 진행상황, 고인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 했다. 이문세는 헌정 공연을 열 정도로 고인에게 특별한 무언가가 있냐는 질문에 “이영훈 이외에 다른 작곡가들과도 음악 작업을 했지만 이영훈의 시적인 감수성, 회화적인 느낌은 그 어느 누구에게서도 만나보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고인과 20년 이상 작업을 해 왔기 때문에 그 어떤 작곡가 하고도 비교를 할 수가 없다”고 진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 “우리가 클래식 하면 대표적으로 모차르트, 슈베르트, 베토벤을 뽑는다. 그들이 남긴 음악을 수백 년 동안 클래식 하는 사람들이 연주하고 재해석하고 그런다. 그런데 정말 불쌍한 사람들은 그들이 태어나기 이전의 사람들이다. 그 전 사람들은 어떤 음악을 들었을까 싶다. 이와 같이 이영훈의 음악을 못 듣고 세상을 떠난 선조들, 선배님들한테는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영훈과 동시대에 살았다는 이유로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나는 그와 같은 나이 또래였고 함께 할 수 있는 우리 정서와 우리 생각, 시대적인 배경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다”고 그의 음악을 평가했다. 정훈희 역시 그의 음악은 시대를 초월한다고 평했다. 그녀는 “대중가요를 두고 특히 옛 사람들은 유행가라고 한다. 지금은 그 대중가요 중에서도 명곡들이 흘러가지 않고 세대를 바꿀 때마다 그 세대 사람들의 마음에 파고 들고 있다. 내가 이영훈의 노래를 많이 부르지는 않았지만 몇 곡 부르면서 그의 음악은 세대와 상관없이 그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고 아름다운 생각만을 하게 만들겠구나 생각을 하면서 그의 노래를 담담히 부를 수 있었다. 그처럼 자기 곡에 맞는 가사를 직접 쓰는 대 작사 작곡가들이 배출 되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그를 기렸다. 후배가수이자 고인의 음악을 리메이크 했던 적이 있는 SG워너비는 “고인의 음악을 리메이크 하겠다고 했을 때 느꼈던 것은 멜로디가 너무 좋다는 점이었다. 지금 시대에 들어도 트렌드에 상관없이 가슴으로 느끼게 한다는 생각을 한다. 옛날 노래들은 어쩜 그렇게 가사가 다 시적인지, 현재와는 정말 다른 노래들이었고 그 시대에 살지는 않았지만 옛날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사랑 받고 많이 리메이크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를 아름답게 기억하는 동료들의 말을 듣고 있자니 비록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그처럼 행복한 사람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를 기억하며 진행을 맡았던 김승현은 고인을 보내며 그의 아내가 했던 말을 들려줬다. 김승현은 “20년 넘게 친구로 지내며 늘 밝은 얼굴만 봤었다. 하지만 그의 아내가 고인이 이런말을 했다고 하면서 그 말을 전해 주는데 무척 가슴이 아팠다. 고인이 생전에 ‘앨범 하나 나올 때마다 수명이 3년씩은 단축되는 것 같다. 그 속에 빠져 있는 것이 참 힘들다’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의 아내는 ‘10장의 앨범을 냈으니 30년의 수명을 단축했다. 그래서 남들보다 30년이나 빨리 갔다’고 말하더라. 아름다운 노랫말을 만들기 위해 그가 얼마나 고통을 겪었는지 알 수 있었다”고 덧붙여 듣는 이를 숙연하게 했다. 3월 27일 오후 8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이번 헌정 공연에는 이문세, 정훈희, 한영애,이적, 윤도현, 김장훈, 이승환, 조규찬, 헤이, 노영심, 전제덕, 성시경, SG 워너비 등이 출연한다. 고인은 대장암 말기 판정 후 2년 넘게 투병을 해오다 지난 2월 14일 별세했다. happ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