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영재가수 강인봉, “슈주, 원더걸스도 공부합시다”
OSEN 기자
발행 2008.03.11 11: 26

포크듀오 나무자전거의 강인봉(42)이 아이들스타들이 겪고 있는 학교 현실에 대해 일침을 가하고 나섰다. 어린 나이에 연예 기획사에 연습생으로 뽑혀 학교 정규교육을 등한시 하고 있는 상황을 안타까워하면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한 운동에라도 뛰어들 기세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강인봉은 가족밴드 ‘작은별 가족’ 출신이다. ‘작은별 가족’은 영화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였던 강문수 씨와 서울대 성악과 출신의 주영숙 씨 사이에서 태어난 6남 1녀로 구성된 한국 최초의 가족 밴드였다. ‘분홍립스틱’을 부른 강애리자가 강인봉의 누나이고 강인봉은 ‘작은별 가족’에서 막내다. 강인봉의 가수 생활의 시작은 지금 시각으로 보면 ‘영재교육’에 해당한다. 겨우 7살 때 ‘작은별 가족’의 리드보컬을 했다. 노래는 물론 잘했고 악기를 다루는 데도 천재적이었다. 그리고 영화에도 출연했다. 당시 가요계는 강인봉을 두고 ‘한국의 마이클 잭슨’이 나타났다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영재 가수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초등학교 입학도 하기 전부터 밴드 활동을 하다 보니 정규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없었다. 학교에 갈 시간에 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고 학교 숙제를 할 시간에 공연 무대에 서 있었다. 결국 초중고 교과 과정을 모두 검정고시로 대신해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강인봉은 공부에도 소질이 있었다. 독학으로 책과 씨름해 고려대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했고 졸업 후에는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에 입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재는 고려대 언론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고 원우회 회장도 맡고 있다. 또한 한국싸이버대학교 교양학부 겸임교수도 이기도 하다. 원조 영재가수 강인봉의 한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인봉은 “젊은 날 한동안 심각하게 방황했다”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한다. “부모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어른이 되어서 살아갈 수 있는 다양한 길을 보여주지 않고 음악인의 길만 열어 둔 부모를 원망하기도 했다. 다행히 그 방황은 극복됐지만 극복 과정은 너무 힘들었다”고 한숨지었다. 강인봉이 안타까워하는 것은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일고 있는 연예인 열풍이 잘못된 미래를 안겨줄 수도 있는 현실이다. 연예 기획사의 무분별한 길거리 캐스팅과 학교 교육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이 ‘연예 폐인’을 양성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학교장 재량권을 요구하는 공문 한장 그러면서 강인봉은 현직 교사인 아내가 근무하는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실제 있었던 사례를 들려줬다. “아내가 근무하는 학교에 일명 아이들스타가 다니고 있었다. 당연히 학교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기획사에서는 공결을 인정해달라는 공문을 보내왔고 그 학교 교장은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그 학생은 학교를 옮기고 말았다”고 했다. 등교는 하는데 출석만 부르고 바로 조퇴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조퇴 및 지각은 3회가 쌓여야 결석 1회가 되는 편법을 악용하는 사례다. 강인봉은 “학교는 등교 확인만 하고 바로 떠난다. 그러다 보니 담임선생 얼굴도 제대로 모른다고 하더라. 시험 때는 당연한 것처럼 백지를 낸다”며 개탄했다. 길거리 캐스팅의 심각한 후유증 어린 연예인 지망생들의 이런 행태는 난립한 연예기획사가 부추기는 면이 많다고 강인봉은 꼬집었다. “말이 좋아 길거리 캐스팅이지 어린 청소년들의 마음에 바람만 잔뜩 집어넣는 잘못된 관행이다”는 강인봉은 “해당 청소년이 어떤 자질을 갖고 있는지, 어떤 꿈을 갖고 있는지는 안중에도 없다. 그냥 얼굴 반반한 청소년만 보이면 명함을 건네며 연예인을 시켜주겠다고 한다. 그렇게 한번 바람이 들고 나면 그 학생은 순식간에 마음이 떠 버린다. 과연 연예 기획사가 그런 아이들을 책임질 수 있는지 염려된다. 연예기획사는 어린 학생들을 상품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내 아들 딸이면 그렇게 하겠는가”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일기획 재직 시절 공연 기획을 할 때의 경험도 들려주었다. 강인봉은 5인조 그룹 백스트리트보이즈의 내한 공연 당시 한국 프로듀서를 맡고 있었다. “그룹 멤버들이 학생이었던 때다. 공연 스태프 외에 개인 교사들이 일정 내내 따라 붙었다. 동행한 개인 교사들은 공연 리허설 때부터 규정을 꼼꼼히 챙겼다. 개인 수업시간은 물론 공연 시간도 규정을 넘지 못하도록 감시했다”고 기억했다. 제도적 장치도 시급해 강인봉은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어린 가수들의 이름도 직접 거명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도 가수의 꿈을 키우고 있는 후배들을 보면 마음이 뿌듯하면서도 가슴 한 구석에 안타까움이 남는다. 실제 우리 딸도 ‘빅뱅’을 너무 좋아해 사인을 받아오라고 조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인생을 윤택하게 사는 법도 꼭 일러줘야 할 것 같다. 슈퍼주니어도, 원더걸스도 그들 자신의 인생을 위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릴 때 크게 이름을 얻었다가 힘든 무명시절을 지내기도 했다. 다행히 내 경우는 슬럼프를 극복하고 계속 음악활동을 하고 있지만 유명 연예인으로 이름을 날리다가 비극적인 삶을 살고 있는 이가 주위에는 너무나 많다. 거의 폐인이라 부를 정도로 비참하다. 폐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먼 미래를 준비해야 하고 정부에서도 부작용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정책적 검토가 있어야 한다.” 100c@osen.co.kr 나무자전거의 강인봉(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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