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이맘때 프로야구는 언제나 희망의 계절이다. 하지만 2군 무명선수들이나 만년 유망주들에게 시범경기는 곧 시험경기다. 특히 2군에서만 활약한 선수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2군의 벽을 넘어 1군으로 올라갈 수 있는 발판대가 되기 때문이다. 삼성 박석민(23)과 최형우(25)가 그런 선수들이다. 두 선수는 지난해 2군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펼쳤고, 군복무를 마친 올해 1군 스타를 꿈꾸고 있다. 지난해 각각 상무와 경찰청 소속으로 2군 리그에 참가한 박석민과 최형우는 또 한 명의 팀 동료 곽용섭과 함께 공동 홈런왕에 오르며 2군 리그서 공포의 대상으로 명성을 떨쳤다. 박석민은 82경기에서 타율 3할4푼5리·22홈런·75타점으로 활약했다. 삼진은 28개, 볼넷은 43개로 선구안도 좋았다. 최형우도 83경기에 출장, 타율 3할9푼1리·22홈런·76타점으로 맹활약하며 트리플 크라운까지 달성했다. 경찰청 입대 전 삼성에서 방출됐지만 제대 후 다시 삼성의 러브콜을 받아 원대 복귀했다. 선동렬 감독으로부터 전경기 출장을 보장받을 정도로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내야수 박석민은 시범경기 3게임에 선발 출장해 11타수 3안타, 타율 2할7푼3리를 기록하고 있다. 3안타 중 장타는 2개. 홈런은 없지만 2루타를 2개 터뜨렸다. 대신 삼진도 3개나 당했고 볼넷은 1개밖에 없다. 3루 수비에서도 평범한 내야 뜬공을 놓치는 등 아직은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외야수 최형우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범경기 3게임에 모두 선발 출장했지만 12타수 3안타, 타율 2할5푼을 기록하고 있다. 시범경기 첫날이었던 지난 8일 대구 LG전 행운의 내야안타가 아니었다면 수치는 더욱 떨어진다. 지난 11일 대구 KIA전에서도 변화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삼진을 3개나 당했다. 아직 시범경기지만 1군 투수들에게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 김인식 감독은 박석민과 최형우의 가세로 삼성 타선이 강해질 것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유보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걔네들은 어떻게 될지 잘 모른다"는 것이 김 감독의 말. 김 감독은 "2군에서 30홈런을 치고, 자기 마음대로 해도 1군은 전혀 다르다"며 그 예로 LG 내야수 김상현을 꼽았다. 김상현은 2006년 상무 소속으로 2군에서 역대 최다홈런(23개)을 터뜨리며 기대를 모았지만,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지난해 1군에서 타율 2할3푼5리·7홈런·41타점에 머물렀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바로 두산 고영민이 대표적인 2군 신화다. 2002년 입단 후 무려 4년을 주로 2군에서 보낸 고영민은 5년차가 된 2006년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차더니 이제는 한국 프로야구의 아이콘 가운데 하나가 됐다. 고영민은 2군에서도 '야구천재'로 불린 유망주였지만 1군에서 보이지 않는 시행착오도 겪었다. 이제 스타트 라인에 선 박석민과 최형우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 2군 리그를 평정한 두 선수가 1군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