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K리그를 석권했고, 이젠 아시아 제패와 세계 무대로 도약을 꿈꾸는 프로축구 디펜딩 챔피언 포항 스틸러스다.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의 진정한 마법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포항은 12일 저녁 포항 스틸야드에서 호주 A리그 강호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와 2008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첫 경기를 갖는다.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아시아클럽선수권에서 97년과 98년 2시즌 연속 우승의 영예를 차지했던 포항은 10년 만에 다시 한 번 아시아 축구 최정상 등극을 노리고 있다. 모든 게 잘 풀리고 있는 포항이다. FA컵 2연패를 차지했던 전남 드래곤즈와 치른 지난 주말 K리그 개막전서 포항은 변함없이 화끈한 공격 축구를 선보이며 2-1 짜릿한 승리를 연출했다. 포항은 개막전 기세를 고스란히 애들레이드와 첫 판에 쏟아붓겠다는 각오로 가득 차 있다. 파리아스 감독은 지난 11일 열린 공식 인터뷰서 "K리그 첫 경기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필승 의지를 불태웠다. 포항은 이적생이 중심에 선 호화 공격진이 눈길을 끈다. 특히 지난해 친정팀 대전 시티즌의 6강행을 이끈 브라질 출신 골잡이 데닐손의 완벽한 팀 적응이 주목을 받는다. 전남과 K리그 개막전에서 데닐손은 비록 공격 포인트는 올리지 못했지만 상대 문전을 휘젓는 특유의 부지런한 몸놀림으로 어느새 파리아스의 공격 축구 중심을 이뤘다. 세트피스 상황이나, 그 밖의 찬스마다 거칠면서 짜임새 있기로 정평난 전남 수비진은 데닐손을 따라붙지 않을 수 없었고 그 결과 다른 위치에서 공간을 내줘 슈팅을 허용하는 상황이 종종 연출됐다. 남궁도의 재발견도 훌륭하다. 전남전에서 남궁도는 종료 직전 상대 수비 실책을 틈 타 결승골을 꽂아넣어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인저리 타임 4분 중 3분이 지난 상황이었다. 양 팀이 한 골씩 주고받아 1-1로 진행되던 후반 12분 알도를 대신해 그라운드에 나선 남궁도는 데닐손과 최전방서 짝을 이뤄 환상의 궁합을 선보였다. 전남이 친정팀이라는 점도 묘하다. 이들 이외에도 국내 최고의 왼쪽 측면 요원 박원재의 모습도 파리아스 감독을 든든하게 하는 요소다. 지난 시즌 후 재계약 협상에 난항을 겪으며 AFC 무대 출전이 어려울 전망이었지만 다행히 등록을 마쳤다. 포항 특유의 측면 공격이 기대되는 까닭이다. 기동력과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하는 황지수 김기동 등 미드필드 라인의 활달한 플레이도 포항 공격을 한층 강화시킨다. 뿐만 아니라 '골 넣는 수비수' 김광석도 파리아스의 공격 축구를 한층 강화시켰다. 전 포지션에 걸친 득점 분포가 더욱 강해질 포항을 예고하고 있다. 공격진만이 '골을 넣는다'는 기존 관념들을 깨뜨렸다. AFC 챔피언스리그 제패로 세계적 클럽으로 도약을 꿈꾸는 파리아스 감독과 '아이들'이 연출할 드라마는 어떻게 전개될까. 그 첫 걸음을 바로 오늘 뗀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