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차 무명' 이성우, '박경완 뒤에 내가 있다'
OSEN 기자
발행 2008.03.12 10: 00

"9년을 기다렸습니다. 더이상 물러설 곳은 없습니다". '9년차 무명' 이성우(27, SK)가 조용하지만 강력한 모습으로 1군 무대를 넘보고 있다. 이성우는 지난 8일 제주도에서 열린 두산과 시범경기 개막전에 이어 11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LG전에도 포수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 두 경기 연속 선발 출장은 물론 교체 없이 전 이닝을 모두 소화했다. '포수 이성우'는 두산전에서는 팀의 5-1 승리를 만끽했다. 마지막으로 나온 정우람이 1실점했지만 외국인 선발 투수 쿠비얀을 비롯해 김경태, 송은범, 조웅천 등이 무실점했다. 반면 LG전에서는 2-7로 팀이 역전패하며 자연스럽게 고개가 숙여졌다. 1회의 리드를 끝까지 지키지 못한 채 5회 대거 5실점했고 투수 리드를 너무 공격적으로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자책이 들었다. 그러나 '타자 이성우'는 분명히 인상적이었다. 두산전에서는 2타수 2안타에 볼넷 1개를 골라내 100% 출루에 성공했다. LG전에서는 5회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아치를 그려냈다. 7회에도 비록 플라이가 됐지만 좌중간 펜스 바로 아래까지 가는 대형 타구를 날렸다.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지만 이성우에게 있어 이날 홈런은 의미가 있었다. 이성우는 그 동안 한 번도 1군 무대를 밟은 적이 없다. 2000년 성남서고를 졸업하고 신고선수로 LG에 입단한 이성우는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상무 소속으로 뛰었다. SK 유니폼은 2006년부터 입었다. 이성우가 1군에 오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타격이었다.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정확한 2루 송구가 눈에 띈다. 수비력도 수준급이다"는 평을 꾸준히 받아왔지만 번번이 타격에서 발목이 잡혔다. 이번엔 다르다. 시범경기에 불과하지만 이성우가 두 경기 연속 주전 마스크를 쓰고 있다. 그 만큼 개막 엔트리 진입에 청신호가 켜져 있다고 할 수 있다. 박경완이라는 높은 벽을 실감해야 하지만 맡은 바 소임에 열중하다보면 반드시 불러줄 것이라는 분명한 희망을 간직하고 있다. 혼자 자취 생활을 하고 있는 이성우는 원정 때는 같은 포지션인 이재원과 함께 방을 쓰고 있다. 이성우는 이재원의 뛰어난 타격 재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물론 경기 후 볼배합을 함께 복기하며 1군 무대를 대비하고 있다. 다음은 이성우와 일문일답. -아직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작년 시범경기와 비교하면. 매타석 매이닝이 내겐 시험 무대다. 무조건 열심히 한다는 생각뿐이다. 오늘(11일) 홈런은 상대가 쉽게 승부하기 위해 직구를 던질 것이라는 생각에 노리고 들어갔다. 그렇지만 운이 좋아 홈런이 됐다. -두 경기지만 타격감이 좋다. 작년 12월 비시즌 기간에 투수 김경태, 최상덕과 함께 자비를 들여 사이판에서 훈련했다. 나는 두 투수들의 공을 받아줬고 두 투수들은 나의 배팅을 위해 서로 도왔다.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각오였다. 그곳에서 감독님이 원하는 간결하고 짧지만 강하게 치는 스윙을 위해 노력했다. 김경기 코치님의 조언 때문에 타격 밸런스가 좋아졌다. 선수마다 체형과 자세가 다른 만큼 나의 경우는 타격 시 허리 회전보다 손을 먼저 앞으로 빼야 된다는 것이다. 일본 고지 캠프에서 그런 연습을 많이 한 것이 지금 이렇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김 코치님처럼 이렇게 세밀하게 가르쳐 준 분은 없었다. -자신을 내보낸 LG를 상대로 홈런을 쳤다. LG에 대해 감정은 전혀 없다. LG 덕분에 테스트를 거쳐 프로에서 야구를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오히려 고맙다. 내가 못했기에 내보낸 것이라 생각한다. 전혀 나쁜 감정은 없다. -박경완이란 벽이 있다. 박경완 선배는 높게 평가될 만하다. 그만큼 경기 경험과 투수 리드는 탁월하다. 옆에서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아직 1군 경기에 나서지 못해 경험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1이닝이라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아직 그런 말을 할 단계가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최종 목표는 박경완 선배를 뛰어넘는 것이다. -1군 엔트리에 포함될 경우 목표가 있다면. 엔트리가 1명이 줄어든 만큼 1군에 포함될 가능성이 좁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루 송구는 누구보다 자신있게 내세울 수 있고 타격감이 좋은 만큼 자신을 가지려고 노력 중이다. 시즌 5할대 도루저지율이 목표다. -신체적으로 왜소한 편이다. 포수는 순발력이 떨어져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 사이드 스텝을 빨리 하는 등 순발력 중심의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캠프를 통해 7kg이 빠져 지금은 83kg이 됐다. -팬들에게 한마디. 올해는 기필코 '이성우'라는 선수가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어필하고 싶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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