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45) 감독이 또 1호 타이틀 한 개를 얻었다. 한국수출보험공사(사장 조환익)가 새롭게 출범시킨 문화수출보험의 영화 투자 1호로 선정된 것이다. 심 감독은 11일 서울 광화문 수출보험공사 회의실에서 열린 양해각서 조인식을 통해 "나는 1호가 참 많다. 신지식인 1호로 뽑힌 것도 그렇고, 여기저기서 1호 타이틀을 줬었는데 이번에 문화수출보험도 첫 타자" 라며 활짝 웃었다. 한국영화에 대한 투자가 심한 가뭄으로 말라붙는 현실에서 영구아트는 단 비를 흠뻑 맞은 셈이다. 문화수출보험이 아직 정식으로 투자에 대한 보험 지급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이날 양해각서 체결로 그 가능성은 높아졌다. 정식 계약이 맺어질 경우 차기작 '라스트 갓파더'의 제작비 200억원 가운데 최소한 70억원의 투자를 확정짓는다. '라스트 갓파더'에 대한 공사의 보험 결정이 갖는 플러스 효과도 크다. 돈 주머니 열기를 주저하던 다른 투자자들의 결정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현재 '라스트 갓파더'의 배급은 국내 3대 메이저 가운데 하나인 쇼박스가 맡기로 했다. 이 부분도 심 감독의 '라스트 갓파더' 투자 유치에 힘을 실어주는 부분이다. 지난해 최다관객 영화로 기록됐던 '디워' 때도 대다수 충무로 투자자들이 등을 돌린 가운데 쇼박사의 배급 및 투자 결정으로 돌파구를 연 바 있다. 심 감독은 "영화가 하나의 문화수출상품이란 인식을 가져준 수출보험공사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투자자들 사이에 영화는 크게 벌거나 쪽박차는 식의 도박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번 실패하면 투자 유치가 어렵다"고 업계 사정을 토로했다. 심 감독도 할리우드 진출을 처음 선언했던 '용가리'의 실패 이후 차기작 '디워'를 선보이기까지 온갖 고초를 다 겪었다. '디워'가 지난 여름 국내 극장가에서 돌풍을 일으킨 뒤의 인터뷰 등에서 투자가 안돼 영화 제작에 몇번씩 제동이 걸린 일, 영구아트 직원들의 급여를 마련하기위해 밤무대를 뛰어야했던 고생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디워'는 평단과 관객의 평가들이 완전히 엇갈린 가운데 전국 800만명을 동원했다. 또 한국영화로는 처음 북미지역에서 와이드릴리즈에 나섰지만 흥행은 기대에 못미쳤다. 그러나 심 감독의 얘기대로라면 DVD 판매와 비디오 렌탈, 케이블TV 상영 등의 부가판권 시장에서 '디워'는 선전을 계속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디워'의 시도는 한국영화 전체로 볼 때 큰 의미를 갖는다는 게 심 감독의 일관된 주장이다. 이에 대한 영화계와 한국영화 팬들의 평가는 양 극단으로 나뉘어 있다. 기존 영화계 일각에서는 이번 수출보험공사의 투자 결정에도 부정적인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수출보험공사가 문화수출상품 1호로 심 감독의 '라스트 갓파더'를 선정하게 된 배경은 예고편 시사 등을 통해 입증한 영구아트의 CG 기술력과 해외수출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고서다. 현재 '라스트 갓파더'는 간단한 줄거리와 심 감독 자신이 주연으로 출연한다는 것,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혼용한다는 정도만 윤곽이 잡혀 있다. 다른 영화제작사 같으면 투자를 받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결국 '용가리'와 '디워' 발표 때마다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일관되게 해외시장 공략을 외쳤던 심 감독의 뚝심이 사상 유래없을 정도로 심한 한국영화 투자 가뭄 속에서 단비를 부른 것으로 보인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