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치고, 또 몰아쳐도 운이 따르지 않았다. 아시아 챔피언 등극을 노리던 K리그 디펜딩 챔피언 포항 스틸러스가 세 차례나 골대를 맞히는 불운 끝에 불안한 출발을 하게 됐다. 12일 오후 포항 스틸야드서 펼쳐진 2008 AFC 챔피언스리그 E조 첫 경기서 포항은 호주 A리그 클럽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에 전후반 한 골씩 허용해, 0-2로 완패해 각 조 1위팀에 주어지는 8강 티켓 확보에 적신호가 켜졌다. 무뎌진 공격진이 아쉬움을 남긴 한 판이었다. 데닐손과 남궁도를 최전방 투톱에 세운 포항은 빠른 발을 지닌 박원재와 최효진의 측면 돌파에 애들레이드를 일방적으로 몰아쳤으나 좀처럼 득점은 터지지 않았다. 중원을 장악한 포항이었지만 전반 3분만에 루카스 탄텔리스의 왼쪽 코너킥을 로버트 콘스와이트가 헤딩골로 연결, 오히려 애들레이드에 선제골을 내주며 불안감을 드리웠다. 태래비스 토드와 브루스 지테에 신경쓰느라 콘스와이트의 위치를 확인하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실점 이후에도 포항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금세 전열을 가다듬고, 오히려 애들레이드 진영을 몰아치며 쉴새없이 공격 찬스를 잡았다. 그러나 골대 불운이 포항의 발목을 잡았다. 전반 18분 데닐손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갔다. 전반 종료 직전 상대 미드필더 샐리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해 수적 우세를 잡은 포항은 1분 뒤 남궁도가 시도한 절묘한 시저스 킥이 또 한 차례 골대를 때려 동점에 실패한 채 전반을 마쳐야 했다. 불운은 계속됐다. 공격의 주도권은 잃지 않았으나 후반부터 포항의 공격은 뭔가 엇갈리기 시작했다. 데닐손은 지나치게 욕심부렸고, 교체투입된 김기동-파비아노 중원 라인 또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반면 애들레이드는 영리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계속 몰렸지만 후반 14분 왼쪽 측면서 포항 수비 뒷공간을 향해 볼을 찔러줬고, 제이슨 스파그뉼로가 슬쩍 옆으로 흘린 볼을 전진해있던 신화용이 미처 따라가지 못한 틈을 탄 지테가 가볍게 밀어넣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박원재의 퇴장까지 겹쳤다. 후반 34분 한 차례 경고를 받은 박원재는 2분 뒤 이란 출신의 모흐센 토르키 주심에게 지나친 어필로 인해 또 한 번 옐로 카드를 받아 그라운드를 빠져나가야 했다. 시간은 자꾸 흘러가고, 초조해지던 포항은 또 한 번 땅을 쳐야 했다. 후반 16분 김광석을 대신해 투입됐던 황진성이 아크 정면서 얻은 프리킥을 통렬한 슈팅으로 그대로 연결했으나 이번에는 크로스바를 살짝 스쳤다. ‘마법사’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도 도저히 어쩔 수 없었던 불운이 겹친 결과였다. 패배를 솔직히 시인하긴 했지만 인터뷰 룸에 들어선 브라질 명장의 얼굴에는 실망감이 가득했을 뿐이었다. 골대와 퇴장 불운에 울어버린 포항의 쓰라림은 점점 커져만 갔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