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히 대회 엔트리에 등록시켰더니 첫 경기서 퇴장이라!'. 10년 만에 아시아 무대 평정을 꿈꾸던 K리그 '디펜딩 챔피언' 포항 스틸러스에 또 하나의 고민이 추가됐다. '3초 박지성' 박원재(24)의 퇴장 때문이다. 지난 12일 저녁 포항 스틸야드서 펼쳐졌던 2008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E조 첫 경기서 포항은 호주 A리그 강호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에 전후반 각각 한 골씩 실점, 0-2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내용은 좋았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포항은 상대를 압도했지만 전반 3분 만에 루카스 판텔리스의 코너킥때 호주 올림픽대표 로버트 콘스웨이트에 헤딩 선제골을 내준 뒤 후반에는 수비진 호흡 미스로 브루스 지테에게 추가골을 허용하고 패했다. 각 조 1위에만 8강행 티켓이 주어진다는 것을 감안할 때 2골차 영패는 치명적인 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포항은 팀 전력의 핵심 멤버라 할 수 있는 왼쪽 측면 미드필더 박원재까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한 순간 평정심을 잃은 게 화근이었다. 선발 출전한 박원재는 후반 34분 상대 공격수를 걷어차 한 차례 경고를 받은 뒤 주심에 지나친 어필로 인해 옐로 카드를 또 받으면서 그라운드를 빠져나가야 했다. 이날 주심을 맡은 이란 출신의 모흐센 토르키 심판은 전체적으로 홈 어드밴티지를 충분히 부여, 포항이 다소 유리한 상황에서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시종 상대를 압도하고도 지독한 불운에 눈물을 흘려야 했던 '패장'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조차 경기 종료후 공식 인터뷰서 "전체적인 심판 판정에 만족한다"는 입장을 드러낼 수 있을 정도. 반면 애들레이드는 샐리가 전반 25분에 이어 44분 내리 경고를 받고, 퇴장당해 한 동안 수적 열세 속에 홈 팀에 맞서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해야 했다. 박원재의 퇴장은 고스란히 다음 경기까지 이어질 수 밖에 없어 포항의 근심은 더 깊어진다. 포항은 애들레이드전 불과 하루 전인 지난 11일 간신히 박원재를 팀에 합류시킬 수 있었다. 지난달 11일 포항은 재계약에 난항을 빚어온 박원재를 뺀 채 AFC에 챔피언스리그 출전 선수 명단을 등록했고, 등록된 김정겸이 오른 무릎 연골 손상을 입는 바람에 7일 AFC에 박원재로 대체 요원으로 재신청했다. AFC 규정에 따르면 이미 등록된 명단이라도 부상 선수가 발생할 경우, 경기 사흘 전까지 명단 교체를 신청할 경우 절차를 밟아 대체 선수 등록이 가능하다. 이로써 첫 판부터 불안감을 드리우게 된 포항은 또다른 고민을 떠안게 된 셈이다. 박원재는 AFC 규정에 따라 오는 19일 베트남 빈둥에서 열리는 V리그 빈둥 클럽과 이 대회 2차전에 나설 수 없게 됐다. 경기에 패배하고, 팀 주축 선수까지 잃어버린 포항. 그나마 박원재의 2장을 제외하고, 후반 13분 황지수가 한 장을 더 받는 데 그친 것에 만족해야 할까. 이래저래 울고 싶은 포항이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