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전남, '성장세' 호주 축구에 '수모'
OSEN 기자
발행 2008.03.13 08: 06

최악의 수모가 아닐 수 없다. 불과 두 시간 시차에 걸쳐 팬들은 한국 프로축구를 대표하는 클럽들이 연달아 패하는 기분 나쁜 소식을 접해야 했다. K리그의 자존심을 걸고 호기롭게 아시아 평정을 외치던 '제철가 형제' 포항 스틸러스와 전남 드래곤즈는 공교롭게도 호주 A리그 클럽들의 강세에 시달리며 나란히 0-2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지난 12일 일제히 열렸던 2008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1차전서 지난 시즌 FA컵 우승팀 전남은 멜버른 빅토리 FC에, K리그 디펜딩 챔프 포항은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에 전후반 한 골씩 내주고 패했다. 주력들의 줄부상으로 제대로 된 전력을 구축하지 못한 전남은 차치하더라도, 포항의 패배는 상당히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8436명의 홈 관중 앞에서 맥없이 무너지는 K리그 최강팀 포항의 모습에 모두가 침묵했다. 점차 상승하고 있는 호주 축구의 희생양으로 K리그 클럽들이 전락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포항을 완벽하게 농락한 애들레이드의 사령탑 아우렐리우 비드마르 감독은 "호주 축구는 성장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호주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던 비드마르 감독은 "호주가 아시아 대륙에 편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계속 발전하고 있다"면서 "호주가 아시아 축구에서 권위를 찾는 결과물이라 생각한다"고 호언했다. 국내 팬들에게 호주 축구는 익숙치 않은 게 사실. 그러나 호주는 결코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다. 2006 독일월드컵 때 호주 대표팀을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이 "호주의 미래는 분명 밝다"고 장담했을 정도다. 대표팀 A매치 성적만 놓고봐도 한국은 호주에 20전 5승 8무 7패로 열세를 보여왔다. 더구나 그간 능력 있는 선수들이 대부분 해외로 진출해 한 수 아래로 치부되던 호주 A리그 클럽들이 K리그 팀을 내리 격파하면서 한국 축구를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설마했던 일이 현실로 닥쳐온 셈이다. K리그 클럽들은 지난 2004년 성남 일화의 준우승을 시작으로 AFC 챔피언스리그서 매 시즌 한 팀씩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둬들였지만 이젠 예선 탈락을 우려할 지경이다. K리그 클럽은 2005년 부산 아이파크가 준결승에 올랐고, 2006년 전북 현대가 정상 고지를 밟으며 정점에 다다랐으나 작년 기대를 모은 성남이 4강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최고의 한 시즌을 보낸 뒤 10년 만에 아시아 챔프로 도약하길 꿈꾸고 있는 포항과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번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도전한 전남의 불운한 출발이 실로 우려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yoshike3@osen.co.kr 지난 8일 포항-전남의 정규시즌 개막전.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