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중서 벌어지고 있는 베이징 올림픽 최종예선서 한국을 8년 만에 본선 무대로 이끈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32, 요미우리)의 휴대폰 액정 화면에는 '가족이 최고'라는 문구와 함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 은혁(3) 군의 사진이 담겨져 있다. "가족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것 같다"고 건네자 "이렇게 안 하면 혼나요"라며 장난 섞인 농담을 던졌지만 그의 표정에는 잔잔한 미소가 흘렀다. 지난 2001년 아내 이송정 씨와 백년가약을 맺은 이승엽은 스프링 캠프와 원정 경기 때문에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 못해 늘 미안할 뿐.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왼쪽 엄지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이승엽은 겨우내 재활 훈련에 매진하느라 아내와 데이트할 시간이 없었을 정도였다. "지난 겨울에 아내와 함께 영화도 못 봤어요. 많이 미안하지요. 올 시즌이 끝나면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아들 은혁 군 이야기를 꺼내자 이승엽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고된 훈련과 경기를 소화하고 지친 그는 아들 은혁 군의 얼굴만 봐도 피로를 잊는다. 아들 은혁 군을 야구 선수로 키울 생각이 있냐는 물음에 이승엽은 말을 아꼈다. "야구 선수는 결코 쉬운 직업이 아닙니다. 홈런을 터트리며 좋은 성적을 거두면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아요. 반대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울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일본 최고의 거포로 자리매김한 이승엽도 아들에게 고생을 물려주고 싶지 않은 듯했다. "그저 평범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야구를 하고 싶다면 시켜야겠지만요". 지난 달 미야자키 선마린 스타디움에서 열린 소속팀의 전훈 캠프에 참가했을 때 이승엽은 지인으로부터 보스턴-오클랜드 개막전(3월 25일, 일본 도쿄돔) 티켓을 선물받았다. 이승엽은 "그날 훈련 스케줄이 없다면 가족들과 가고 싶어요"라고 환히 웃었다. 가화만사성(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된다는 뜻)이라고 했던가. 아시아 홈런왕으로 우뚝 선 이승엽의 성공 비결은 가족의 힘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what@osen.co.kr 멕시코전이 열린 지난 9일 대만 윈린 도우리우 구장을 찾은 이승엽의 부인 이송정 씨와 아들 은혁 군이 이승엽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