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AFC 챔스리그서는 '골대 덕' 못보나?
OSEN 기자
발행 2008.03.13 09: 15

지난 시즌 K리그 플레이오프에서 골대 덕분에 웃었던 디펜딩 챔피언 포항 스틸러스가 올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울어야 했다. 지난 12일 오후 포항 스틸야드서 펼쳐진 2008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첫 경기서 홈 팀 포항은 호주 A리그 클럽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에 전후반 한 골씩 실점, 0-2로 졌다. 워낙 오랜만에 국제 무대에 선 탓일까. 포항은 90분 경기를 치르는 동안 애들레이드 문전을 향해 총 13차례의 슈팅을 시도했으나 단 한 골도 뽑아내지 못한 채 영패를 기록했다. 반면 디펜스 플레이에 주력했던 애들레이드는 꼭 3번의 슈팅을 시도해 그 중 2골을 성공시키는 놀라운 슈팅 적중률을 보이면서 호주 축구의 성장세를 다시 한 번 떨칠 수 있었다. 세 차례나 골대를 맞힌 게 포항에게 큰 아픔으로 다가왔다. 전반 18분 데닐손의 오른발 슈팅이 골대를 맞았고, 전반 막바지 남궁도의 그림같은 '시저스 킥'마저 골대를 맞고 벗어났다. 포항의 골대 불운은 후반에도 이어졌다. 0-2로 패색이 짙던 후반 42분경, 황진성이 시도한 마지막 프리킥마저 크로스바를 살짝 스쳐지나갔다. '골대를 맞았냐, 아니냐'는 의견이 분분했으나 결과는 변함이 없었다. 공교롭게도 포항은 작년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동안 골대와 좋은 인연을 맺었다. 지난해 11월 11일 성남과 K리그 챔피언 결정전에서 전반 41분 따바레즈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때렸지만 1-0으로 이겼다. 이보다 한 주 앞서 포항서 있은 챔피언전 1차전서도 포항은 박원재의 선제골과 3번째 이광재의 득점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온 뒤 이뤄지는 짜릿함을 누렸다. 뿐만 아니라 챔프전 진출에 앞서 울산 현대와 준플레이오프를 치른 포항은 상대 공격수 이상호의 2번의 슈팅이 모두 골대를 맞고 흐르는 바람에 2-1 승리를 거둬 수원 삼성과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불과 한 해만에 전혀 달라진 결과를 안게 된 포항. '골대를 맞히는 팀은 이기기 어렵다'는 축구계의 오랜 정설을 비켜갔던 포항이었지만 국제 무대는 정반대의 상황을 연출했다. 기막힌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yoshike3@osen.co.kr 지난해 챔피언결정전서 골을 넣고 환호하는 포항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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