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의 침체기라고 해도 관객들은 이렇게 말한다. “잘 만들면 왜 안보겠어?” 그렇다. 잘 만든 영화, 관객들의 구미를 당기는 영화를 내놓으면 관객들은 외면하지 않는다. 400만 관객을 넘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그랬고 현재 300만 관객을 돌파하고 있는 ‘추격자’가 그렇다. 도대체 제작자들은 뭘 하고 있는가? 한 편의 영화가 성공하는데 감독 시나리오 배우 등등 각각의 요소가 역량을 갖춰야겠지만 시나리오의 발굴에서부터 감독 투자 캐스팅 등 모든 요소를 한 곳으로 집합시켜야 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 제작사다. 제작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현재 ‘추격자’ 신드롬을 낳고 있는 영화 제작사 비단길의 김수진 대표를 만나 한국 영화 제작의 현실을 들어봤다. 한국 영화 시장의 위축에 대해서 “피부로 느껴지는 게 2005년에 메가박스에 갔을 때는 발 디딜 틈도 없었는데 3년 뒤에는 횡 했다”며 “그래도 메가박스는 잘 되는 멀티플렉스 중 하나인데 그렇게 관객이 줄어든 것을 보고 놀랐다”고 밝혔다. 관객들 중에는 한국 영화에 대해 ‘만드니까 만든다. 이 스타니까 이 감독이니까 그냥 만든다’는 식으로 영화를 만들고 그래서 한국 영화의 질이 떨어진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그에 대해서는 “그러면 안 되는데 솔직히 아직도 그런 점이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스타 캐스팅이나 스타 감독이면 된다는 것이 영화 한편을 망가지게 할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 산업 전체를 죽일 수도 있는 것 같다. 좀더 신중했으면 좋겠다. 저도 그렇지만 더 신중해지고 더 부담을 느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피력했다. 또한 김 대표는 “대충주의 안일주의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작은 분야라도 대충대충 넘어가면 안 되는 것 같다. 대충대충 넘어가지 않고 하나라도 집요하게 열심히 하면 결과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 제작자로서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제작자들이 돈도 있고 여유가 있어야 10편 정도 만들면 그 중에서 2-3편이 잘 나온다. 하지만 10편을 개발할 돈이 없으면 좋은 2-3편의 영화가 나올 수가 없다. 그래서 현재 어려운 것 같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관객들이 많이 성숙해진 것 같다”며 “관객들의 눈을 속일 수 없는 것 같다. 좋은 영화, 잘 만들어진 영화는 입 소문을 내고 보러 가지만 그렇지 않은 영화는 철저히 외면한다. 제작자 입장에서 앞으로 더 잘 만드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crystal@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