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많이 기대했는데 정말 아쉽네요. 역시 국제 경기는 국내 무대와 크게 다르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꼈습니다". 10년 만에 아시아 클럽 챔피언에 재도전한 K리그 디펜딩 챔피언 포항 스틸러스의 첫 패배를 지켜본 포항 구단 관계자들의 아쉬움 가득한 한 마디다. 지난 12일 밤 포항 스틸야드서 펼쳐진 2008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E조 첫 경기서 포항은 호주 A리그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시종 우세한 경기력을 과시했으나 0-2로 무너졌다. 완벽하게 경기를 주도했기 때문에 안타까움을 더했다. 슈팅수 13대3이라는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포항은 쉴 새 없이 맹공을 퍼부었지만 마지막 한 끝이 부족했다. 최전방 투톱을 이룬 데닐손과 남궁도의 호흡은 제대로 맞지 않았고, 기대를 모았던 박원재와 최효진의 돌파도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후반 들어 투입된 김기동과 파비아노 중원 멤버들의 움직임도 소득이 없었다. 반면 애들레이드는 영리했다. 지난 시즌 같은 조에 편성됐던 성남 일화에 1무 1패로 밀렸던 애들레이드이지만 포항을 상대로 녹록찮은 경기력을 과시하며 호주 축구의 잠재성과 가능성을 실감케 했다. AFC서 파견된 모하메드 무자밀 경기 감독관도 "애들레이드가 포항에 영리한 축구를 가르쳤다"면서 "여유있는 운영은 훌륭했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고, 막판 들어 평정심을 잃은 게 상황을 더욱 어렵게 했다"고 지적했다. 국제 경험 부족이 뼈아팠다. 세르지오 파리아스 포항 감독은 경기 종료 후 인터뷰서 "선수들의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지나친 흥분과 긴장감으로 나타났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출전 선수 전원이 국제 무대를 밟은 기억이 없다. 국가대표팀간 A매치를 제외하면 백전노장 김기동(36)조차 클럽 무대에서 외국 팀을 상대로 공식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클럽에서 국제 경기라고는 고작 해외 전지훈련 때 몇 차례 연습경기를 펼친 게 전부다. 공격 찬스에서는 너무 서둘렀고, 공격권을 내줬을 때는 우왕좌왕 중심을 잡지 못해 허둥거렸다. 쉽게 실점한 모습도 경험 부족에서 기인했다. 애들레이드는 전반에 시도한 2번의 슈팅중 한 골을 뽑아냈고, 후반에는 단 한 번 슈팅을 날려 득점하는 놀라운 집중력을 과시했다. 한명희 포항 단장은 "너무 오랜만에 국제 무대에 서게 돼 준비 과정부터 만만치 않았다. 골대부터 경기장 시설까지 AFC 규정대로 바꾸느라 직원들이 애를 많이 썼는데 결과마저 좋지 못해 아쉽다"고 씁쓸해했다. 부족한 경험을 한 순간에 쌓아올리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 15년 만에 K리그를 평정하고, 올 시즌 개막전서 전남 드래곤즈를 보기 좋게 꺾은 포항이지만 국제 무대서는 여의치 않았다. yoshike3@osen.co.kr 파리아스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