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클럽에 완패하며 자존심을 한껏 구긴 K리그 디펜딩 챔피언 포항 스틸러스가 선수단 구성을 놓고 또다른 고민에 빠져있다. 지난 12일 오후 포항 스틸야드서 펼쳐진 2008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E조 홈 경기서 포항은 호주 A리그 팀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에 전후반 한 골씩 내줘 0-2로 무릎을 꿇었다. 그간 한 수 아래로만 여겨진 A리그 클럽에게 패하면서 포항의 행보에도 먹구름이 잔뜩 밀려올 수 밖에 없는 상황. 아시아 챔피언 등극을 노리고 있는 포항으로서는 남은 5경기 모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포항과 이 대회 예선 라운드서 한 조에 속한 클럽은 애들레이드를 비롯, 중국 슈퍼리그 창춘 야타이와 베트남 V리그 인기팀 빈둥 FC다. 앞으로 5경기 전부를 이기고, 애들레이드의 행보를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다. 단 한 번의 패배로 모든 게 삐걱거리고 있다. 당초 세르지오 파리아스 포항 감독은 K리그와 컵 대회 등 국내 일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으나 이젠 매 경기 결승전인 만큼 1군을 총투입할 수 밖에 없다. 당장 이번 주말 K리그 울산 현대와 원정 경기를 마친 뒤에 포항은 챔피언스리그 2차전을 위해 베트남 빈둥으로 이동해야 한다. 호치민에서 약 40km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빈둥성은 교통이 다소 불편한 곳이다. 빈둥 FC는 포항이 애들레이드에 홈에서 무너진 날 지난 시즌 중국 슈퍼리그 챔피언 창춘과 원정 경기를 치러 2-1로 아쉽게 패했다. 전력이 만만찮다는 현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선수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보장해줄 수 없다는 게 걱정스럽다. 매 주 2경기씩 소화해야 하는 3월 스케줄에 한숨부터 나오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올 시즌 포항은 프로연맹에 선수 32명만을 등록했다. 그나마 관련 정보 수집은 크게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K리그 대전 시티즌이 지난해 11월 말 빈둥성에서 열린 2007 넘버원컵 BTV 토너먼트 대회에 출전해 현지 사정을 잘 알고 있다. 당시 대전과 다른 조에 편성됐던 빈둥은 예선에서 탈락, 직접 경기를 치를 기회는 얻지 못했으나 간접적이나마 빈둥의 축구 열기나 그라운드 컨디션 및 기후 등에 대해 접했다. 포항의 한 관계자는 "빈둥도 상당한 수준의 팀으로 확인된 만큼 어쩔 도리가 없다. 모든 경기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시점에 놓여 있어 베스트 전력을 짜야 한다. 대전에도 필요하다면 자문을 구하겠다"고 말했다. yoshike3@osen.co.kr 베트남 빈둥성 빈둥 스타디움의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