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이 지난 7일부터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최종 예선에서 5연승을 질주하며 8년 만에 올림픽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대표팀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예선을 겸했던 2003년 삿포로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대만(4-5)과 일본(0-2)에게 잇달아 고배를 마셔 티켓을 놓친 바 있다. 지난 7일 올림픽 최종 예선 남아공과의 개막전에서 5-0 승리를 거두며 질주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대표팀은 '난적' 호주-멕시코와 스페인, 독일까지 격파하며 5승 고지에 먼저 올랐다. 속된 말로 '큰 경기에서 미친 선수가 나와야 이길 수 있다'는 말처럼 경기마다 빛나는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영웅 5형제'라고 일컫 만한 이들은 손민한(33, 롯데), 이승엽(32, 요미우리), 김광현(20, SK), 고영민(24, 두산), 이용규(23, KIA). 손민한(7일 남아공전, 6이닝 1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 대표팀 '맏형' 다웠다. 감기 몸살에 시달렸던 손민한은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가장 부담스러운 첫 경기 선발 등판을 자청했다. 고참으로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었다. '전국구 에이스'라는 자존심을 버리고 최약체 남아공전에 나섰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다. 손민한은 직구 최고 구속 146km를 찍으며 풍부한 국제 대회 경험과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며 상대 타자를 요리했다. 1회 손민한은 앤서니 필립스와 카일 보타를 내야 땅볼로 처리한 뒤 조너선 필립스에 볼넷, 브렛 월렌버그에 좌중간 안타를 허용, 2사 1,3루의 실점 위기에 놓였으나 후속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2회부터 5이닝 동안 단 하나의 안타와 볼넷도 허용하지 않으며 완벽투를 뽐낸 손민한은 7회 두 번째 투수 김선우(31, 두산)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이승엽(8일 호주전, 3타수 3안타(1홈런) 4타점 2득점)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1회 좌전 안타, 2회 우익수 옆에 떨어지는 2루타로 타격감을 조율한 이승엽은 3회 이용규의 우전 안타와 고영민의 볼넷으로 만든 1사 1,2루 득점 찬스에서 호주 두 번째 투수 크리스 모데이와 볼카운트 0-1에서 인터컨티넨탈 구장의 오른쪽 담장을 넘는 3점 아치를 날렸다. 특히 고난도의 테크닉을 앞세워 안타를 뽑아내는 모습을 지켜 봤던 야구 관계자들은 엄지를 치켜 세울 수 밖에 없었다. 2회 불리한 볼 카운트에 내몰린 이승엽은 상대 투수가 직구를 던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변화구가 들어오자 손목을 꺾으며 우익수 옆에 떨어지는 2루타를 만들어냈다. "지금껏 야구하면서 이런 안타는 처음"이라고 할 만큼 본인도 놀란 모습이었다. 김광현(9일 멕시코전, 6이닝 6피안타(1피홈런) 3탈삼진 1실점) 스무 살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그의 투구는 빛났다. 좌완 김광현은 이날 성인 국가대표 무대 첫 승을 신고했다. '난적' 멕시코와의 경기에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김광현은 1,2회 안타를 허용하며 실점 위기에 처했지만 철벽 수비진의 도움으로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 3,4회 삼자 범퇴로 깔끔하게 틀어 막은 김광현은 5회 미구엘 오헤다에게 좌월 솔로 아치를 맞고 첫 실점했으나 2-1로 앞선 7회 두 번째 투수 황두성(32, 우리)과 교체됐다. 이날 김광현의 호투는 1승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국제 대회마다 박찬호(35, LA 다저스), 김병현(29, 피츠버그) 등 해외파 투수에 의존해야 했던 아쉬움을 말끔히 씻어낸 순간이었다. 고영민(10일 스페인전, 4타수 3안타 4타점 2득점 1도루) 한껏 달아오른 그의 방망이는 식을 줄 몰랐다. 지난해 12월 아시아 예선 때 타율 4할6푼2리(13타수 6안타) 2홈런 5타점 6득점 1도루로 한국 타자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둔 고영민은 이날 1회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뒤 패스트볼로 2루에 안착했다. 이어 이대호(26, 롯데)의 중전 안타로 홈을 밟아 대표팀의 첫 득점을 올렸다. 3회 무사 1,2루 득점 찬스에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고영민은 깨끗한 좌전 안타로 3루 주자 이용규를 홈으로 불러 들였다. 4회 무사 만루서 중견수 희생 플라이로 두 번째 타점을 올린 고영민은 6회와 7회 1타점 적시타를 터트리며 1타점씩 보탰다. 이용규(12일 독일전, 4타수 2안타 4득점 1도루) 매서운 방망이와 상대 배터리를 뒤흔드는 현란한 주루 플레이는 이용규의 트레이드 마크. 남아공전서 이종욱이 부진하자 호주전부터 톱타자를 맡았다. 독일전서 특히 1번 타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줬다. 1회 중전 안타와 2루 도루에 이어 독일 선발 투수의 보크로 3루에 안착한 이용규는 고영민의 1루수 앞 땅볼로 홈까지 파고 들었다. 자칫 하면 아웃될 상황이었으나 이용규의 센스 넘치는 슬라이딩으로 대표팀의 첫 득점을 만들었다. 2회 볼넷으로 1루에 걸어 나간 이용규는 이승엽의 행운의 안타로 두 번째 득점을 올린 뒤 4회 좌전 안타로 출루해 이승엽의 우전 적시타로 3득점을 기록했다. what@osen.co.kr 손민한-이승엽-김광현-고영민-이용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