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SK가 지난 11일과 12일 이틀 연속 LG에 패해 연패에 빠졌다. 시범경기라는 점에서 승패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지만 지난 시즌 시범경기부터 돌풍을 예고했던 SK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12일 경기 후 "우리의 약점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었다"고 말한 만큼 잃은 것보다 얻은 소득에 더 초점을 맞췄다. 김 감독은 오는 29일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실전을 통한 본격적인 엔트리 구성에 나서고 있다. 어느 정도 윤곽은 잡혔지만 '야신(야구의 신)'답게 시범경기를 통해 처음부터 하나씩 체계를 잡아가고 있다. 그 중 LG전에 가장 돋보인 실험은 멀티포지션이었다. 지난 시즌 뛰었던 주전들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외야에는 새로운 선수들이 즐비했다. 김성근 감독도 "앞으로 돌아올 선수를 생각해서는 안된다. 지금 눈앞에 당장 보이는 선수를 가지고 운용한다"고 12일 경기 전 밝힌 만큼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다양한 멀티포지션 실험이 눈에 띄었다. SK는 현재 주전 대부분이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1루수 겸 4번타자 후보인 이호준을 비롯해 최정, 정경배, 박경완, 정상호 등은 제대로 훈련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모두들 조금씩 호전되고 있지만 김 감독의 머리 속에는 없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당장 눈앞의 전력으로 경기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김 감독은 지금 즉시 투입이 가능한 인원으로 선발 라인업을 짤 뿐이다. 회복돼서 돌아올 선수에 대한 계산은 하지 않고 있다. 결국 이번 LG전은 실제로 시즌 중에 닥칠지 모를 최악의 상황, 즉 주전급들이 모두 빠진 가운데 치러야 할 극단적인 상황을 모의 테스트한 셈이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멀티 포지션 시험이다. 김 감독은 그래서 8일 두산과의 시범경기 개막전에 선발 1루수로 나왔던 박정권을 11일 경기에서는 우익수로 선발 출장시켰다. 이어 3루수로 선발 출장한 모창민을 6회는 2루수, 9회는 1루수로 보직을 돌렸다. 지난 시즌 대부분 좌익수로 나선 박재상은 우익수로 교체 출장시켰고 2루 선발로 나선 정근우 자리에 박정환을 넣어보기도 했다. 8일 주전 2루수로 기용했던 김성현은 11일 3루수로 내보냈다. 12일에도 변화는 계속됐다. 모창민이 1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6회 3루수로 보직을 바꿨고 8회에는 시범경기 3경기 연속 선발 마스크를 썼던 이성우 대신 허일상에게 안방을 맡기기도 했다. 채종범도 이틀 연속 좌익수로 교체 기용했다.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마친 자리에서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많이 올라와 성과가 있었다"며 "특히 선수들이 멀티 포지션을 할 수 있게 돼 팀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SK는 LG전을 통해 상대 투수진의 위력을 경험했다. 정찬헌이라는 신인 투수를 상대로는 안타 1개 뽑아내지 못하는 수모를 경험했다. 그러나 이런 기회가 오히려 김 감독에게는 선수들의 정신을 재무장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거둔 우승 여파로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더욱 선수들을 거칠게 몰았다. 자칫 우승의 기쁨에 가려져 올해 설정한 목표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12일 경기 후 모창민과 박정환을 3루 베이스 근처로 불러들인 후 30분이 넘도록 직접 펑고 훈련을 시켰다. 또 모창민, 이성우, 이재원, 박정권도 30분 넘는 타격 훈련을 소화한 뒤 웨이트트레이닝까지 마친 뒤에야 하루 일정을 마칠 수 있었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