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홈런왕' 이승엽(32, 요미우리)의 미국 무대 진출 여부는 야구팬들의 최대 관심사다. 지난 2003년 겨울 LA 다저스로부터 연봉 약 30만 달러라는 헐값을 제시받은 뒤 제의를 거절했던 이승엽은 "언젠가는 미래를 위해 (미국 무대에) 진출하고 싶다. 빅리그에서 뛰면 좋겠지만 마이너리그도 나쁘지만은 않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이승엽은 미국 무대를 도전하는 이유에 대해 "야구뿐만 아니라 문화 등 다양한 부분을 경험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부귀 영화를 누리기 보다는 자아 발전 혹은 자기 계발의 성격이 짙었다. 이승엽은 올림픽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는 빅리그 출신 김선우(31, 두산)와 미국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미국 진출 시기에 대해서 결코 서두르지 않겠다는 것이 이승엽의 생각. "당장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쪽에서 제의도 들어와야 한다"며 "미국 진출을 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천천히 때를 기다릴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많은 나이에 미국 무대에 진출한 일본 출신 구와타 마쓰미(40, 피츠버그)와 사이토 다카시(38, LA 다저스)의 사례를 본다면 이승엽의 빅리그 도전은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니다. 1 986년부터 20년간 요미우리의 간판 투수로 활약했던 구와타는 지난 시즌 피츠버그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뒤 빅리그에서 승리없이 1패(방어율 9.43)에 그치며 트리플A로 강등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른 발목 부상까지 겹쳐 시즌이 끝난 뒤 방출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빅리그 진출에 대한 의지가 강해 지난 달 초청선수 자격으로 다시 피츠버그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2006년 서른 여섯의 나이에 태평양을 건넌 사이토는 다저스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2년간 69세이브(방어율 1.77)를 따내며 다저스의 특급 소방수로 자리 잡았다. 이승엽은 "몸 관리만 잘 하면 나도 (빅리그 진출이) 가능할 수 있다. 최적의 기회를 기다리겠다"며 "그러나 현재 소속된 요미우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5년 전 30만 달러라는 치욕에 가까운 제의를 받았던 과거와 지금은 사정이 전혀 딴 판이다. 이승엽은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5개의 아치를 쏘아 올리며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이승엽이 뽑아낸 8개의 안타 가운데 홈런은 5개. 특히 8강 라운드 미국전에서는 특급 좌완 돈트렐 윌리스의 초구를 걷어 중월 솔로 홈런을 작렬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요미우리 이적 첫 해인 2006년 41개의 아치를 터트리며 홈런 2위에 오른 이승엽은 지난해 왼손 엄지 부상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30홈런을 작렬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한국 무대를 평정한 뒤 일본 최고의 거포로 거듭난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 팬들은 이승엽이 일본 무대에 이어 미국 무대에서도 시원한 홈런포를 펑펑 터트리며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what@osen.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