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2008 베이징 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한국의 최종예선 전승 꿈은 물거품됐다. 한국은 지난 13일 캐나다에 3-4, 1점차로 져 5연승 후 1패를 기록했다. 타선이 단 3점에 그친 것이 패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롯데 김주찬(27)은 고군분투했다. 9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장한 김주찬은 대표팀에서 유일하게 멀티히트를 기록하는 등 4타수 3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다.
김주찬은 최종예선 6경기에서 13타수 9안타로 7할이나 다름없는 6할9푼2리의 타율에 5타점·5득점으로 활약하고 있다. 2루타도 3개나 포함돼 있고 내야안타도 2개를 기록했다. 장타율은 무려 0.923이며 출루율도 7할3푼3리다. 대회 초반에는 대수비·대주자로 기용됐지만, 스페인전을 시작으로 독일·캐나다전에서는 1루수와 중견수를 넘나들며 선발 출장할 정도로 입지를 다졌다. 도루도 하나를 기록하며 주루에서도 힘을 보태고 있다.
김주찬의 대표팀 발탁은 의외였다. 지난해 시즌 내내 아시아예선 대표팀 예비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김주찬이었다. 하지만 최종예선을 앞두고 ‘느닷없이’ 예비 엔트리에 포함되더니 최종 엔트리에도 발탁됐다. 외야수 경쟁에서 이대형(LG)·민병헌(두산) 등 아시아예선에서 뛰었던 선수들을 밀어냈다. 대표팀에 부족한 우타 외야수로서 발이 빠르고, 1루수까지 겸업할 수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지난해 11월 대만에서 열린 야구월드컵에 참가해 비 아시아 국가들을 많이 상대한 경험도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김주찬은 대회가 진행될수록 수비·주루뿐만 아니라 타격까지 공수주에서 기대 이상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호주전에서 대타로 나와 주자 일소 3타점 2루타를 터뜨리는 등 2타수 1안타 3타점을 기록하더니 스페인전에서는 선발로 나와 4타수 4안타 1타점 3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이후 주전으로 자리를 굳혔다. 독일전에서 3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한 뒤 캐나다전에서 4타수 3안타 1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지난해 야구월드컵 10경기에서 35타수 8안타, 타율 2할2푼9리·5타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지는 활약이다.
지난 2000년 충암고를 졸업하고 2차 1번으로 삼성에 입단한 김주찬은 주전 유격수로 자리를 꿰찰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프로에 적응하지 못하며 시즌 후 2대1 트레이드로 마해영과 유니폼을 바꿔입으며 롯데로 이적했다. 롯데 이적 첫 해 86경기에서 타율 3할1푼3리·4홈런·29도루로 깜짝 활약했다. 그러나 이후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2004시즌을 끝으로 군입대했다. 지난해 2년 공백을 마치고 복귀한 김주찬은 113경기에서 타율 2할6푼1리·5홈런·22도루로 괜찮은 활약을 했다. 올 시즌 더욱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김주찬을 외야수 또는 1루수로 중용 의사를 내비쳤었다. 특히 로이스터 감독이 강조하는 ‘뛰는 야구’에 김주찬은 더없이 적합하다. 지난 2004년 44도루로 이 부문 2위에 오른 바 있다. 타격의 기복을 줄이고, 6시즌 통산 91볼넷-341삼진이라는 극악의 선구안을 보완한다면 풀타임 주전으로도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김주찬에게 올림픽 최종예선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무대가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