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울산은 우리만 만나면 잘 안풀리는 것 같아요". 포항 스틸러스 관계자의 조심스러운 한마디다. 분명 일리는 있다. K리그 디펜딩 챔피언 포항 스틸러스와 '전통의 명가' 울산 현대의 최근 승부 대부분이 포항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이다. 오는 15일 오후 울산 문수 월드컵경기장서 열릴 '삼성 하우젠 K리그 2008' 울산과 포항의 경기는 설욕이냐, 우위를 그대로 이어가느냐 여부를 놓고 팽팽한 명승부가 예고되고 있다. K리그 사령탑 중 최연장자인 김정남(65) 감독과 최연소급인 세르지오 파리아스(41) 감독의 승부라는 점도 묘하지만 두 지휘관이 추구하는 '공격 축구'의 올 시즌 틀을 지켜볼 수 있다는 부분도 상당히 흥미롭다. 전체적으로 유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쪽은 원정팀 포항이다. 역대 전적부터 49승 39무 37패로 울산을 압도하고 있다. 더욱이 울산을 상대로 최근 3경기 연속 무패(2승 1무)와 함께 2연승을 챙겼다. 지난 시즌 포항은 울산과 5차례 맞붙어 2승 2무 1패의 성적을 올렸다. 작년 4월 25일 포항 스틸야드서 치러진 홈경기서 0-2 완패를 허용한 뒤 이어진 3경기서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특히 10월 6강 준플레이오프에서 격돌해 포항이 울산을 2-1로 제압했다. 홈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릎을 꿇었던 김정남 감독 입장에서 볼 때 이번 포항전은 당시의 아픔을 설욕하기 위해서라도 꼭 잡아야만 한다. 울산은 지난 주말 열린 K리그 개막전에서 FC 서울과 한 골씩 주고받으며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상암 원정이었기에 나름대로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당시 울산은 후반 8분 데얀의 패스를 잡은 아디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어려운 상황을 맞이했지만 후반 29분 오장은이 짜릿한 동점골을 성공시켜 승점 1점을 확보하게 됐다. 분위기가 한 풀 꺾인 것도 울산 입장에서 다행스럽다. 홈 개막전서 '형제' 전남 드래곤즈를 2-1로 누른 포항은 지난 12일 열린 2008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호주 A리그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에 0-2로 완패했다. 전방 투톱에 선 남궁도와 데닐손 투톱이 시도한 슈팅은 한 차례씩 골대를 맞혔고, 종료 3분 전 황진성이 시도한 날카로운 프리킥마저 크로스바를 스쳐 지나갔다. 지독한 불운에 파리아스의 '매직'도 통하지 않았다. 이처럼 수치와 기록으로 살필 때 포항에 무게 중심이 많이 쏠릴 수 밖에 없지만 전반적인 기류와 최근 흐름은 울산이 다소나마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과를 쉬이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준플레이오프 패배와 탈락의 복수 혈전을 꿈꾸고 있는 울산과 '먹이 사슬'에서 상위임을 주장하는 포항. 딱히 떠오르는 스타급 선수는 없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카드임에는 틀림없다. yoshike3@osen.co.kr 지난해 울산-포항의 6강 플레이오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