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 레이스, 시범경기서 '조기 점화'
OSEN 기자
발행 2008.03.14 11: 33

[OSEN=이상학 객원기자] 프로야구 신인왕 레이스가 벌써부터 흥미롭게 전개될 조짐이다. 여기저기서 신인왕 후보가 난립하고 있다. 시범경기 시작부터 거센 신인 돌풍이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활약이 팀 전력과 판도 변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2008 프로야구 신인왕 레이스를 전망한다. 투수 지난 2001년 고졸 신인 20홈런을 기록한 김태균(한화)을 끝으로 타자 신인왕은 6년간 배출되지 않았다. 2001년은 타고투저 흐름이 서서히 꺾이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2004년부터 불어닥치기 시작한 투고타저 영향으로 타자보다는 투수들이 더욱 부각됐다. 고교시절 투타를 겸업했던 유망주들도 방망이 대신 글러브를 쥐었다. 2003년 신인왕을 차지한 이동학을 제외하면 매시즌 리그 전체 판도에 파장을 일으킨 신인 투수들이 등장했다. 올 시즌에도 이 같은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괴물 신인 투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LG 고졸 신인 정찬헌이 대표적이다. 정찬헌은 벌써부터 신인 돌풍을 일으킬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지난해 2차 전체 1번으로 LG에 지명된 정찬헌은 광주일고 출신으로 계약금 3억 원을 받고 입단했다. ‘동기생’ 이형종이 팔꿈치 부상으로 낙마한 가운데 정찬헌은 배짱 두둑한 피칭으로 1군 엔트리 진입 기회를 노리고 있다. 시범경기 2게임에 등판해 6⅓이닝 퍼펙트 행진을 벌이고 있다. 탈삼진도 6개나 잡아냈다. 직구 최고구속이 시속 146km로 빠르고 묵직하며 과감한 정면 승부로 파워피칭을 과시하고 있다. 187cm, 94kg의 탄탄한 하드웨어에 안정된 투구폼으로 오른손 정통파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제5선발 경쟁에서 최원호·이승호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LG 김재박 감독은 “어느 자리에서나 보탬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찬헌의 팀 동료 이범준도 범상치 않다. 성남서고를 졸업하고 2차 2번으로 지명, 계약금 1억3000만 원을 받은 이범준은 시범경기 2게임에서 1세이브 2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피안타와 볼넷은 하나밖에 없다. 시속 140km대 중후반의 빠른 공으로 차기 마무리감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재박 감독은 정찬헌과 함께 이범준을 즉시전력감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외에도 삼성 최원제, 두산 진야곱, 우리 히어로즈 김성현이 돌풍을 일으킬 만한 신인투수들로 분류된다. 오승환을 벤치마킹한 최원제는 시범경기 3게임에서 3이닝 무실점 행진을 벌이고 있다. 3경기에 등판해 1세이브 방어율 3.38을 기록 중인 김성현은 히어로즈 마무리투수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2⅔이닝 동안 탈삼진만 5개나 잡아냈다. 유망주 진야곱도 두산에 귀한 왼손 투수라 어떻게든 중용이 예상된다. 타자 신인 3할 타자는 강동우(KIA)가 마지막으로 남아있다. 1998년 삼성 시절 이야기다. 벌써 10년 전 일이다. 강동우 이후 프로 첫 해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는 4명밖에 없다. 그것도 2002년 박용택(LG)이 마지막이다. 굳이 따지면 2003년 현대에 입단한 후 상무를 거쳐 두산으로 이적한 2006년에야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았던 이종욱이 중고신인 자격으로 데뷔 첫 해 규정타석을 채운 마지막 타자로 남아있다. 팀 전력에 도움이 될 만한 신인 타자를 발견하기란 현대 유니콘스 팬들을 찾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7년 만에 타자 신인왕이 배출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마운드에서 고졸신인이 뜨고 있다면 타석에서는 대졸신인이 뜨고 있다. KIA 나지완이 대표적이다. 신일고-단국대를 졸업하고 2차 1번에 지명돼 계약금 1억 원을 받은 나지완은 국가대표 4번 타자 출신이다. 지난해 대만 야구월드컵에서 4번 타자로 기용돼 10경기에서 39타수 15안타, 타율 3할8푼5리로 활약했다. 대학시절 4년간 89경기에서 23홈런을 때릴 정도로 장타력을 출중하다. 나무배트로 아마 무대에서 가장 강력한 타자였다는 평. 시범경기에서도 4~5번 중심타선에 배치돼 5경기에서 19타수 7안타, 타율 3할6푼8리를 마크하고 있다. KIA 조범현 감독은 왼손 장성호와 최희섭에게 치중된 부담을 나지완이 덜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나지완은 사실상 주전 외야수 한 자리를 예약했다. 나지완과 함께 대학무대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한 SK 모창민도 주목 대상이다. 광주일고-성균관대를 졸업하고 역시 2차 1번으로 지명된 모창민은 계약금 1억2000만 원을 받았다. 아마무대서 나지완과 함께 거포로 쌍벽을 이루었다. 시범경기에서도 4게임에 출장, 15타수 4안타를 쳤으며 그 중 2개가 2루타다. 발이 빠르고 수비도 좋아 SK 내야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고졸 신인으로 눈길을 돌리면 김선빈(KIA)과 우동균(삼성)이 눈에 띈다. 프로야구 최단신(164cm)으로 등록된 김선빈은 신장이 작지만, 안정된 수비력으로 1군의 내야 한 자리를 노리고 있다. 시범경기 5게임에서 8타수 3안타로 타격도 호조다. 개막 1군 엔트리 진입이 유력하다. 삼성의 세대교체를 이끌 왼손 우동균은 지역 출신 유망주지만 시범경기에서는 5타수 무안타로 침묵하고 있다. 중고신인 올 시즌 신인왕 레이스의 변수는 중고신인들이다. 입단한 지 5년이 넘지 않은 선수 가운데 30이닝(투수)·60타석(야수) 이하 1군 경력을 지녀야 중고신인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중고신인 자격으로 신인왕을 차지한 선수로는 1989년 태평양 박정현, 1995년 삼성 이동수, 2003년 현대 이동학이 있다. 1989년 박정현은 242⅔이닝 19승 방어율 2.15로 이 부문에서 모두 2위에 오르며 가장 센세이셔널한 중고신인 돌풍을 일으켰다. 박정현의 19승은 지금까지도 신인 최다승으로 남아있다. 1995년 이동수는 22홈런으로 장종훈과 함께 이 부문 2위를 차지하며 중고 신인타자 돌풍을 일으켰다. 올해 가장 기대되는 중고신인은 한화 유원상이다. 천안북일고를 졸업하고 1차 지명, 계약금 5억5000만 원을 받으며 연고팀 한화에 입단한 유원상은 입단 첫 해에는 1군에 모습조차 드러내지 못했고 지난해 후반기에야 1군에 올라왔다. 하지만 뒤늦게 선전하며 올 시즌 활약을 예고했다. 지난해 페넌트레이스에서 19이닝밖에 던지지 않아 신인 자격이 유지됐다. 김인식 감독은 유원상을 제3선발로 낙점해 놓은 상황이다. 지난 8일 KIA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에 등판해 4이닝 2피안타 2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비교적 호투했다. 2년간 충분히 적응기간을 거쳤다는 점에서 시작부터 맹활약이 기대된다. 두산 이용찬도 주목해 볼 만하다. 장충고 출신으로 계약금 4억5000만 원에 1차 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할 때만 하더라도 이용찬은 함께 1차 지명으로 입단한 2007년 신인왕 임태훈보다도 더 높이 평가받은 유망주였다. 팔꿈치 수술로 데뷔 첫 시즌을 허망하게 날렸지만 올해 화려한 데뷔를 꿈꾸고 있다. 지난 13일 광주 KIA전 시범경기에서 5회말 2사 만루에서 구원등판해 김선빈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컨디션을 점검했다. 이용찬으로서는 두터운 팀 내 마운드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점하는 것이 과제다. 아무래도 중고신인은 출발이 좋아야 한다. 정찬헌-나지완-유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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