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탬파, 김형태 특파원] 김병현(29.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이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전격 결별하고 박찬호(35.LA 다저스)가 소속된 '보리스 사단'에 합류했다.
김병현은 14일(한국시간) 베벌리힐스스포츠카운슬(BHSC)의 대표 에이전트(General Council)인 제프 보리스를 대리인으로 고용했다. 기존 에이전트사인 스캇 보라스 코퍼레이션과의 계약은 자연스럽게 청산했다.
김병현이 보라스에서 보리스로 옮겨가게 된 것은 앞날을 내다봤기 때문. 메이저리그에서 오랫동안 활약하기 위해서는 좀 더 편하게 손잡고 일할 수 있는 대상이 필요한데 보리스가 적임자라는 판단이다.
김병현은 그간 보리스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아왔다. 지난해 5월 한국계 에이전트 빅터 리에서 보라스로 말을 갈아탄 뒤에도 보리스로부터 "언젠가 함께 일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당시 콜로라도 로키스에 몸담고 있던 김병현은 친하게 지낸 동료 브라이언 프엔테스, 브래드 허프 등으로부터 보리스를 소개받았고 1년 여 뒤인 이날 마침내 BHSC의 식구가 됐다.
이번 겨울 피츠버그와 인센티브 포함 최대 200만 달러에 연봉을 확보한 김병현은 보라스에게 섭섭한 감정을 가졌던 게 사실. 계약서에 명시된 금액에는 불만이 없지만 선발투수로 활약할 수 없다는 점에 다소 실망감을 드러냈다. 김병현은 이번 겨울 금액에 관계 없이 지난해 편하게 뛰었던 플로리다 말린스 복귀를 원했으나 "시장을 테스트해보자"는 보라스 측의 권유에 모든 일을 일임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김병현은 스프링캠프 개막 후에야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보리스가 대표를 맡고 있는 BHSC는 캘리포니아 베벌리힐스의 로데오 드라이브에 본사가 있다. 홈런왕 배리 본즈, 현역 최고의 우타자 앨버트 푸홀스(세인트루이스), 트레버 호프먼(샌디에이고) 등 다수의 거물급 빅리거와 계약을 맺고 있다. 빅리그 30개 구단에 최소 1명씩 90여명의 메이저리그 선수를 의뢰인으로 두고 있다.
보리스는 "한국야구의 우수성을 알고 있다. 더 많은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를 바란다"며 한국 선수들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낸 적이 있다. 이번 김병현과의 계약은 한국 선수들에 대한 그의 관심과 좀 더 선수를 배려해줄 수 있는 에이전트를 찾던 김병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코리언빅리거의 '맏형' 박찬호는 김병현에 앞서 지난해 1월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했던 보라스에서 보리스로 말을 갈아탔다. 지난 시즌 후 박찬호는 "조건에 관계 없이 무조건 다저스와 계약해달라"고 보리스에게 요청했고, 보리스는 그의 요구를 성실히 실행에 옮겼다.
우연의 일치이지만 김병현도 선배와 같은 길을 걷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새 유니폼을 입고, 에이전트도 새롭게 교체한 김병현은 이제 올 시즌 피츠버그 불펜진의 일원으로 진가를 발휘하는 일만 남았다.
workhorse@osen.co.kr
제프 보리스